시사·사회-생각해보기

<세월호 2주기> 306그루 나무처럼 잊혀지지 않게…‘기억의 숲’ 완공

irene777 2016. 4. 19. 18:51



[세월호 2년-이제 나의 문제다 ①]

306그루 나무처럼 잊혀지지 않게…‘기억의 숲’ 완공


- 경향신문  2016년 4월 10일 -




오드리 헵번 가족 제안 1년 만에





▲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을 찾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에마 캐슬린 페러가 자신이 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 숲은 시간이 갈수록 더 굳세지고 장대하게 자라 약해지거나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2주기를 1주일 앞둔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 무궁화동산’. 할리우드 영화배우 고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에마 캐슬린 페러(21)는 막 새싹이 움트는 은행나무 숲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생존자와 희생자가 육지로 옮겨졌던 팽목항에서 4.16㎞ 정도 떨어진 이곳은 ‘세월호 기억의 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3000㎡ 크기의 숲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가을이면 잎이 노랗게 물들 은행나무 306그루가 심어졌다.


숲은 아동인권과 빈곤 해결에 앞장서 온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을 설립한 헵번의 아들인 션 헵번 페러의 제안으로 지난해 4월부터 조성되기 시작됐다. 헵번 가족은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들어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숲 만들기에 나섰다.


헵번 가족이 5000만원을 기부했고, 나머지 비용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4월10일부터 5월15일까지 35일 동안 진행된 온라인 성금 모금에는 2985명이 참여해 목표금액(1억원)의 두 배가 넘는 2억1200만원이 모아졌다.


숲 준공과 세월호 2주기에 맞춰 한국을 다시 찾은 션 헵번 페러는 “기업가들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난 것 같다. 왜 아이들이 그런 지시를 받고 그대로 지키고 앉아 있었는지 안타깝다”며 “한국에서 기업의 탐욕이 없어지고, 교육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배에 남아 있는 실종자들이 나와야 유가족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수습자인 9명의 시신이 수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에는 건축가인 양수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의 재능기부로 추모 시설인 ‘세월호 기억의 벽’도 만들어졌다. ‘ㅅ’자 형태인 ‘기억의 벽’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의 이름,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 등이 새겨져 있다.



-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이혜리 기자 -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102256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