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그 후>
2. 이미 시작된 박근혜 레임덕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 2016년 6월 24일 -
4.13 총선 이후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와 외교안보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어느 것 하나 문제를 똑바로 해결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유승민에게 흔들리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참패국면을 수습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천불복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새누리당 복당 문제를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승민 의원 1명이 새누리당을 들었다 놓는 비정상적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누굽니까? 지난 2004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기어이 강행하다 총선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아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했을 당시, 유승민은 소위 “눈물정치”로 한나라당을 살리겠다던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되었던 정치초년생이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천막당사 시절을 함께 지낸 이른바 “핵심친박”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5년 6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과 국회법개정안을 합의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맹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이 법률 취지·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국회가 대통령 시행령의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청와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견제장치로 보입니다. 국회가 합의해서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청와대는 그 부족했던 <세월호특별법>마저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졸속적인 시행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청와대 시행령대로라면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요원해집니다.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가 야당과 <국회법개정안>을 합의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발대발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6월 25일, 국회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절대적인 새누리당에서 “배신”을 거론하였으니, 유승민 의원의 정치생명은 그대로 끝나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에서 유승민 의원은 대구동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75.7%의 전국 2위 득표율로 보란 듯이 생환하였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이른바 옥새파동을 일으켜 새누리당 후보가 대구동을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4.13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122석에 그친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것입니다. 원내 제1당이면 국회의장을 배출합니다. 향후 20대 상반기 국회운영의 중요한 교두보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7명의 무소속 출마 당선자를 받아들이면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었지만, 친박계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가 무서웠기 때문인가요? 결국 20대 국회의 의장은 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맡게 되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참패를 혁신하겠다며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지만, 혁신비대위가 친박계와 비박계의 싸움으로 이어져 논쟁이 그칠 새가 없습니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6월 16일, 유승민, 윤상현 등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 7명을 모두 복당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에 친박계가 강력히 반발하였습니다. 친박계인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혁신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전하고, 쿠데타를 하듯이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비대위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공화당 신동욱 총재도 자신의 SNS 계정에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허용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쿠데타”라고 밝혔습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대통령 탈당과 분당 사태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제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사퇴를 시사해 새누리당은 8월 전당대회까지 끝없는 내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6월 23일,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내정된 지 불과 3주만에 사퇴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당 분위기가 완전 개판인 것입니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유승민 의원이 이처럼 극적으로 생환해 새누리당 전체를 뒤흔든 배경은 무엇일까요? 지난 2007년, 미국간첩 혐의를 받았던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자신이 미 CIA와 연계된 조직팀에서 5년반 동안 유승민 의원을 관리하였다는 육성테이프를 CBS를 통해 공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백성학은 테이프에서 “유승민이는 머리가 좋은 애야. 내가 직접 5년반을 관리했다고. 그러고 창한테 넘어갔어.”라며 유승민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2002년 대선 이후 백성학 회장을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의 견제를 이겨내며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을 보면 그의 뒤에는 정말 커다란 빽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경제
정치가 개판이면 나라경제라도 돌아가야 하겠습니다만, 우리경제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산소호흡기로 겨우 숨을 지탱하는 형국입니다. 사실 박근혜 정권이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참패를 당하고, 레임덕이 전면화된 것은 경제파탄이 더욱 심화된 데 따른 민심이반이 커다란 요인입니다.
한국경제가 의존해왔던 수출이 무려 18개월째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경제무역 지표를 구체적으로 추산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사상 최초로 발생한 신기록입니다. 6월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56억 5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나 줄었다고 합니다.
수출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재벌들은 아예 생산공장을 해외에 지어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삶이 연관되는 내수경제가 바짝 말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러다보니 국내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기피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이 늘어납니다. 잘 나가는 일부 대기업에 취업하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드니, 우리 청년들은 끝없는 희망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청년들은 이제 비정규직조차도 얻지 못해 고용상태가 극히 불안정한 아르바이트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편돌이”, “편순이”, “빠바녀”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험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무려 40만명에 달합니다. 서울시 공무원 경쟁률은 무려 80대 1에 육박하였습니다. 오죽하면 자기가 태어난 조국을 “헬조선”이라 칭하겠습니까?
민생이 살아나려면 내수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남북경제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사회의 진정한 대안경제는 아직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모호한 “창조경제”가 아니라, 바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남북경제협력이며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통일경제”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대선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통일은 대박입니다.”라고 하여 우리경제의 출로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 후로 줄곧 대북대결정책을 추구하였고 지금도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 합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의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민생에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치, 경제정책을 겪은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종편마저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
<조선일보>는 4,13 총선 다음날인 4월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親朴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조선일보>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이 새누리당 참패로 끝났다”며 “새누리당 아성인 서울 강남권까지 흔들렸고 친박(親朴) 후보들이 전국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부산·경남에서도 야권에 10석이 넘는 의석을 넘겨줬고 충청·강원에서까지 의석을 잃었다.”고 개표결과를 전하며 총선참패를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총선참패의 원인으로 “새누리당은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최대 180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오만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참담한 상황이 왔을지 알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야권민심을 분열하지 않았더라면 100석도 얻지 못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서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었습니다. 이들은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진박(眞朴)이라는 사람들이 질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던 보수언론이 비판적으로 돌아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어 지난 6월 13일에는 <TV조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 내용을 자막용으로 짧게 다듬어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로 써"라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습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하였지만 <TV조선>이 엉뚱한 의미로 잘못 올린 것입니다. <TV조선>은 이 사건을 단순 해프닝이라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심기는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젠 보수세력 내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통치를 외면하는 현상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을 맡았던 김병기 씨가 “국정원 개혁”을 외치며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습니다.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씨, 경찰대 표창원 교수 등도 모두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민주당으로 국회에 입성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하고 “유신회귀”, “장기집권”이 우려되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보수가 도리어 민주진영의 문을 두드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바야흐로 2017년 정권교체의 희망찬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출처 : http://blog.daum.net/oursociety/629>
* 관련 포스팅 : ☞ <4.13 총선 그 후> 1. 끓어오르는 반박근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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