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그 후>
3. 밖에서도 새는 박근혜 허당외교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 2016년 6월 28일 -
4.13 총선 참패로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홍보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애당초 국민지지율이 외교안보에서 높았으므로 외교안보의 성과로 지지율을 올려보겠다는 심산인 듯합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북적대정책을 전면화하면서 대북제재의 동력을 이어가는 데에 외교력을 집중해 왔으니 해외순방에서 대북제재 동참을 이끌어낸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할 법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못내 다급했나 봅니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서 점수를 만회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라는 옛말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교성과는커녕 각종 외교참사를 낳으며, 정권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시키고 말았습니다.
이란에서 드러난 거품
4.13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인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을 방문하였습니다. 언론은 히잡을 두른 박근혜 대통령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란 방문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5월 2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부 및 민간 기업들이 66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인프라·에너지 분야 30개 프로젝트에서 총 456억달러 규모 사업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이스파한과 아와즈를 잇는 541㎞ 철도사업(54억달러)과 사우스파 석유화학단지 건설(36억달러)을 비롯해 19건의 MOU에 서명을 했다는 것입니다. 456억 달러면 대략 5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정부는 대통령이 MOU를 체결했으니만큼 반드시 사업을 수주하라며 한국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에게 총 250억 달러를 지원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456억 달러어치의 효과는 정식 계약이 아닌 양해각서(MOU)에 불과한 것입니다. MOU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협상에서 당사자 쌍방이 이해한 바를 적어서 서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청와대도 정확히는 “456억 달러 규모 사업에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MOU에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5월 8일, 이란에서는 대우건설이 체결한 '테헤란-쇼말 고속도로' 사업이 한국이 아닌 이란 건설 회사로 바뀔 수 있다고 보도되었다고 합니다. 이란 건설교통 인프라 개발공사(CDTIC) CEO는 "한국 컨소시엄이 4개월 안에 MOU(양해각서)가 실제 실행될 수 있도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 회사가 실패한다면, CDTIC는 이슬람 혁명 수비대군단(IRGC)에 속하는 이란 카탐 알안비아 건설과 계약할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5월 9일에는 현대건설이 17억 달러 '차바하르~자헤단 철도 공사'와 6억 달러 '미아네흐~타브리즈 철도 공사'가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이다 보니, 456억 달러로 부풀려졌던 계약의 거품이 마구 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의 MOU가 없었던 일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오른 구설수
이어서 5월 25일부터는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방문에서 사상최대의 경제협력 성과를 창출했다고 하였으며 대통령 최초로 아프리카연합을 방문해 연설을 하였다고 합니다. 5월 28일, 우간다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우간다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하였으며 한-우간다 개발협력을 강화하고 경제협력 관계를 본격화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간다 방문에서 터졌습니다.
청와대는 5월 29일,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한국-우간다 정상회담에서 "우간다는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 협력 중단(disengage)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29일(현지시간) 우간다가 “북핵 문제는 물론 대한반도 정책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측 입장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줬다”며 이를 한국-우간다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이 나가자마자 우간다가 발끈했습니다. 우간다는 북한과 긴밀한 친분을 유지해 온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우간다는 북한과 군사협력 협정도 체결하고 있으며 무기류 무역과 인적 교류도 계속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국가입니다. 샤반 반타리자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은 청와대의 발표 직후 "이는 사실이 아니며 정치적 선전(propaganda)이다"라고 <AFP통신>에 밝혔다고 합니다. 반타리자 부대변인은 대북 협력 중단에 대한 어떠한 '공식 선언'도 없었으며 "심지어 대통령이 그런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개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사실일 수 없다. 이것이 국제정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우간다 정부는 이제 아프리카 각국을 돌아다니며 “박근혜 정부 앞에서는 입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정부는 아프리카를 대북봉쇄망에 넣어보고자 하였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박근혜 정부를 오히려 경계할 태세입니다.
쿠바까지 간 북한제재외교
6월 10일에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쿠바를 찾아 첫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윤병세 장관은 "한국과의 수교는 북한을 잃는 게 아니라 새로운 친구인 한국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쿠바 방문 목적이 쿠바를 북한으로부터 떼어내는 데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입니다.
당시 윤병세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점에서 나머지 반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많은 후속조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윤병세 장관은 6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외교일정에서도 북핵외교, 도발억지외교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겠냐 생각해본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논란이 있었고 상대국의 항의와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제재외교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비판받는 박근혜 외교
프랑스의 <르몽드>는 6월 1일, "국내에서 힘 빠진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국제적 이미지 관리에 나서다"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해 혹평을 하였습니다.
르몽드는 이 기사에서 지난 총선 패배로 박근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제1당 지위를 잃은 점, 선거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리하게 홍보가 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은 점, 노동법 개악 시도로 청년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잃었다고 폭로하였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지지율이 폭락하자, 외교안보 성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란과 우간다, 쿠바의 공통점이 무엇입니까? 모두가 북한과 일정한 정치군사적 교류를 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서남아시아에서 이란을 때어내고, 아프리카에서는 우간다를 때어내며, 아메리카에서는 쿠바를 떼어내자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그런데 이 국가들은 북한과 수십년째 긴밀한 관계에 있었는데, 그 외교적 친분을 무엇으로 끊겠다는 것일까요? 결론은 결국 돈으로 귀착됩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란, 우간다, 쿠바 등을 찾은 자리에서 막대한 경제적 해택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아니면 이 국가들이 북한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근혜 외교는 답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높았다는 것은 정권의 나팔수로 획일화된 우리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민생과 복지 현안의 경우, 제 아무리 정부가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복지가 있기 때문에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다 밖 해외에서 일어나는 외교와 안보는 다릅니다. 국민들은 언론에서 발표하는 외교안보 소식을 현지에서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외교는 완전 허당외교입니다.
살펴보면 박근혜 외교는 파산직전입니다. 경제활로를 뚫겠다고 한 동안 중국 시진핑 정부를 두드리더니, 한반도 핵문제와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는 완전히 틀어져버렸습니다. 일본에게 할 말은 하겠다며 짐짓 어깨에 힘을 주었지만, 2015년 내에 한일관계를 개선해달라는 미국의 압박에 위안부 굴욕협상을 수용해버렸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미국, 중국 등이 남기고 가버린 북한제재외교를 뒤처리하는데 매달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적대외교는 답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총선 참패 이후, 또 다시 외교안보 현안을 쫒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청와대가 지금 민심이반에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한 법입니다. 박근혜식 서투른 외교 코스프레는 앞으로도 각종 외교참사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출처 : http://blog.daum.net/oursociety/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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