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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해창 - 국책사업을 구조조정하라

irene777 2016. 7. 14. 00:57



[기고]


국책사업을 구조조정하라


- 경향신문  2016년 7월 8일 -





▲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신공항 유치를 놓고 영남권 지자체 간의 사활을 건 싸움도 결국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으로 끝났다. 며칠 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부산, 울산 등 경남 주민들의 반대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통과시켰다.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이 심각한 부실사업임을 확인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2001년 113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14년 7월 500조원을 넘었고, 불과 1년 반 만인 지난 2월에는 600조원을 넘어섰으며, 내년에는 7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3년 말 국내 공공기관의 총부채가 565조8000억원으로 국가채무보다 무려 120조원가량 많다며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위해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책사업은 국가채무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은 국민에게 ‘개발 공약’을 하고, 정치인과 행정관료 그리고 업체 간의 ‘부패고리’로 연결되며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국책사업의 파괴적 구조를 이제는 손을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20대 국회가 나서야 한다. 토건국가 일본조차도 국책사업을 재검토한 전례가 있다. 2000년 8월 일본의 자민, 공명, 보수당 등 여 3당은 국회 차원에서 ‘공공사업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의 공공사업을 전면 재검토했다.


검토 기준은 ①사업채택 후 5년 이상 경과해도 착공되지 않은 것 ②완성 예정 연도부터 20년 이상 경과해도 미완성 상태인 것 ③조사비를 계상해 10년 이상 채택되지 않은 것 ④정부의 공공사업재평가제도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것 ⑤지역주민이 중지를 모아 합의한 것 등으로 이 중 해당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지한다. 이로 인해 중지 권고된 공공사업은 모두 233건에 이른다. 국책사업인 시마네현의 나카해 간척사업 중지와 도쿠시마현 요시노가와 가동둑 건설계획의 백지화도 포함돼 있다. 이미 투자된 5683억엔은 버린 돈이 됐지만 더 들어가야 할 2조8000억엔을 아끼게 됐다. 물론 이러한 일본 여당의 국책사업 재검토도 일본 국민들의 여론에 의해 정치권이 마지못해 움직인 결과임은 물론이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먼저 국책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기 바란다. 구조조정 방법은 이렇다. 첫째, 국회 안에 ‘국책사업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건설 및 계획단계에 있는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둘째, ‘국책사업기본법’(가칭) 같은 것을 제정해 21세기에 맞는 사회간접자본 정비의 원칙을 만든다. 셋째, 국토교통부 등 개발부처와 밀착돼 있는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기 위해 용역보고서 책임제도를 마련하고 독립된 ‘환경영향평가원’(가칭)을 설치, 평가 결과는 반드시 공개한다. 넷째,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패사슬을 끊기 위한 감사원 국책사업감사단의 행정감사체제 강화는 물론 국회 내 국책사업감사위원회를 신설한다. 특히 공공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책사업의 목적과 효과, 사전환경성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예정가격 및 입찰결과, 낙하산 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다섯째, 국책사업 또는 공공사업의 ‘분권화’라는 관점에서 지역에서 실시하는 공공사업은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컨소시엄으로 지역기업 참여 발주비율을 높이도록 한다.


심각한 국가부채의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할 골든타임은 이번 20대 국회 회기뿐이다. 그리고 그 배에 타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구조조정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이 국회를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8211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