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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현 - 사드 배치가 생존권을 위협한다

irene777 2016. 7. 14. 01:29



<편집국에서>


사드 배치가 생존권을 위협한다


- 한겨레신문  2016년 7월 10일 -





▲ 박현

한겨레신문  경제 에디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드 배치는 국민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다.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중국에 납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로 사드 배치가 우리의 생존권을 담보해주는 결정일까? 사드는 그럴 만한 성능을 지닌 ‘절대무기’일까?


한·미 국방당국은 같은 날 발표문에서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미국은 사드를 운용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외에 중국·러시아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을 감을까?


이번 발표를 보면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몇년간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들을 취재해오면서 쌓은 지식으로 보건대, 이런 발언들은 모두 거짓말로 여겨진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사드 한국 배치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한·미 국방당국은 사드가 방어용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 배치의 끝은 군비경쟁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 생리상 적대국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무기를 벼릴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한·미의 감시망을 무력화하고자 케이엔(KN) 계열의 이동식 미사일발사 능력을 개량해온 데 이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미 당국의 발표대로 사드 요격기는 북한 핵·미사일만 겨냥하겠지만, 사드 레이더는 이를 뛰어넘는다. 중국·러시아의 미사일이 감시망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군사력에서 전략적 균형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러가 전략적 균형을 이루고자 한국 사드를 겨냥한 미사일 확충에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발적 충돌 등 만약의 사태가 미-중, 중-일 간 발생할 경우 사드가 제1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사드 배치가 오히려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유다.


사드 배치는 경제적 생존권도 위협한다. 이것은 만약의 사태가 아니라, 조만간 닥칠 일일지도 모른다. 과거엔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린다고 했으나, 지금은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15년 26%로 급증했다. 반면 대미국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13%로 급감했다. 중국이 이번 결정을 빌미로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한국을 압박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더 안타까운 건 과거에 일궈놓은 성장 동력의 수명이 다해가는 이 시점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남북 경협의 문을 걸어담그더니, 이제는 중국과의 경제관계에마저 빨간불이 켜지게 만들었다. 중국이 한국을 ‘전략적 동반자’ 국가로 계속 여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번 결정으로 과연 누가 이득을 볼까? 단언컨대, 미국과 남북의 강경 세력들이다.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안보 정책의 최대 목표는 미국에 대항할 만한 단일국가의 세력 형성을 막는 것이다. 지금 그 대상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을 순치시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끌어들이려 했으나 이것이 사실상 실패하자, 2011년께부터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한·미·일 미사일방어망의 통합에 나선 게 그 핵심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 견제에 한국을 십분 활용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강경 세력은 기득권을 향유할 것이지만, 일반 국민들은 희생을 치를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



- 한겨레신문  박현 경제 에디터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17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