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란법, 원안대로 시행돼야 한다
- 경향신문 2016년 7월 10일 -
▲ 김정범 변호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마련된 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령의 기본적인 내용은 공직자·교직원·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음식을 대접받거나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를 내는 것 등이다. 국민정서를 내세워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수수 자체를 허용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시행 후 보완하자는 찬성론과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식사와 선물을 각각 기존 3만원과 5만원에서 7만원으로 현실화해 달라거나 국민경제를 생각해서 김영란법의 시행을 미루거나 최소한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열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후부터 이를 우려하는 단체나 세력들이 많았다. 한결같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내수 위축 등 경제적 손실과 적용대상이 포괄적이고, 법률조항이 모호해서 악용이 우려되며 편법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단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으려는 법이다. 해방 이후 50년이 지나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국가는 공정하게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청렴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에 와서야 김영란법이 논의되는 것은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객관적 근거가 없고, 농축수산, 요식업, 화훼산업 등을 모두 청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꼴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산업이라고 해서 부정한 목적의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눈감아달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이유로 몇몇 산업을 제외시키거나 명절 등에는 예외로 해 달라, 또는 금액기준을 높이라는 요구는 사실상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소위 김영란법, 누구나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비난을 거듭하고 있다. 실로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다.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일부 소비위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되리라 본다.
지금 논의할 것은 우리 사회에 김영란법이 필요한지의 여부이고 문제점이 있으면 점차 개선해 나가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부패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아야 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청렴성과 투명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지금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020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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