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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호중 - 공수처, 이번엔 반드시 도입하자

irene777 2016. 7. 29. 02:48



[정동칼럼]


공수처, 이번엔 반드시 도입하자


- 경향신문  2016년 7월 26일 -





▲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매입과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관련 부동산 의혹도 불거졌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과 고위공직자 부패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으로 들린다. 이미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등의 부정부패사건에 대해 축소·왜곡, 봐주기 수사 또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표적수사 등으로 편향적인 수사행태를 보여왔다. 이런 검찰이 진경준, 우병우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공수처란 고위공직자와 그 친족이 저지른 부패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말한다. 공수처 신설에 관한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공수처 설치는 권력형 비리 및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종합적인 부패통제법제를 마련하는 일환으로 구상된 것이었지만, 수사권 없는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그치고 부패수사기구로서 공수처 설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2010년 소위 스폰서검사 사건을 계기로 공수처 신설 문제가 다시 논의됐다. 여야는 당시 국회 내에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찰개혁방안을 논의했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공수처 설치는 또다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검사비리사건이 잇따르자 여야 정치권은 2012년 대선공약으로 하나같이 검찰개혁방안을 내걸었다. 당시 야당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수처의 설치를, 박근혜 후보는 상설특검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미 2012년 대선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상설특검제 내지 공수처의 설치방안을 검찰개혁 과제로 공약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권력형 비리사건의 수사를 기존의 검찰조직에 맡길 수 없다는 점에 우리 사회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지금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3월 여야는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의 도입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상설특검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상설특검법은 권력형 비리사건에 관한 독립적이고 성역 없는 수사를 담보해 주지 못한다.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수사의 독립성 보장에 매우 취약하고, 국회에서 개별적인 사건마다 특검에게 수사를 맡길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특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2014년 상설특검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에 따라 특검이 임명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공수처 신설은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 부패척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정부·여당의 반대와 검찰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되고, 박근혜 정부의 상설특검제라는 꼼수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 독립적인 부패수사기구로 공수처의 설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기소를 위해 검찰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수사기구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다. 특히 처장의 임명은 정치권력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추천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사건에 관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조직과 예산의 독립성도 보장돼야 한다.


검찰과 새누리당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검찰은 자신들의 위상이 저하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완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기존의 검찰조직이 정치적 독립성에 취약함을 스스로 보여주는 한 그런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이 정치권력과 재벌의 부정부패사건에 대해 권력을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봐주기 수사와 편향적인 수사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어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독점적인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집중화된 권력은 스스로 부패한다는 역사적 진실을 검찰 스스로가 증명해주지 않았는가. 공수처 설치방안이 논의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좌절됐던 아픈 과거가 이번만큼은 재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26203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