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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82년 장영자 사건과 2016년 최순실 사건의 평행이론

irene777 2016. 10. 25. 14:46



1982년 장영자 사건과

2016년 최순실 사건의 평행이론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6년 10월 17일 -




1982년 5월 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철희·장영자 부부를 구속했다. 전두환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였던 장영자는,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와 함께 권력을 배경으로 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 접근하여 조건이 좋은 자금 조달을 제시하였고 그 담보로 대출금의 2∼9배에 달하는 약속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약속어음을 할인해 또 다른 회사에 빌려주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음을 유통시켜 총 6,404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하였음이 수사 결과 밝혀졌다. 36년 전 대한민국을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은 속칭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의 전말이다.





그 후 3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한 명의 여성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과 진통을 겪고 있다. 권력을 등에 업은 국정농단,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자금 조성,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부여 논란까지. 그야말로 모든 국민들을 경악시킬만한 모든 부정과 비리가 뒤섞여 있다. 그나마 34년 전에는 정권이 명운을 걸고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 두 명의 용의자에게 사기죄에 적용되는 법정 최고형 15년을 선고함으로써 마침표를 찍었지만, 부끄럽게도 지금의 정권과 검찰은 아예 수사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은 분명히 독재정권에서 민주정부로 바뀌었고, 시대도 타자기가 지배하던 프레임에서 모바일이 지배하는 프레임으로 바뀌었는데 도리어 그 때 그 시절을 부러워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실 사안만 놓고 보면 2016년 최순실 사건이 훨씬 더 악질적이다. 왜냐하면 1982년 장영자 사건은 명동 사채시장을 이용하던 금융계와 재계에 영향을 미쳤을 뿐 일반 국민에게 직접적인 파장을 몰고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순실의 움직임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죄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 억울함과 짜증을 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 딸을 승마 국가대표로 뽑히게 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장을 경질시켰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공무원 신분을 박탈시켜버렸다. 평생을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온 누군가의 가장이고 아버지인 사람들을 그렇게 광야로 내쳐버렸다. 더 나아가 자기 딸을 명문 이화여대에 입학시켜 졸업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입학 심사기준과 학점 평가기준까지 바꿔버렸다. 결국 누군가의 선량한 학생이 그들의 욕심과 부도덕함으로 인해 입학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도 일반인의 상식과 도덕을 농락하고 있다. 전두환 시절에나 가능했던 대기업에 대한 협박을 통해 재단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수백억 원 대의 자금을 조성했고,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버젓이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각종 이권과 사업에 손을 뻗쳤다. 정계, 재계, 관계, 학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스템을 자신들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활용하고, 그것이 최고 권력자로부터 용인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 대기업 회장들은 전경련이라는 자금모집 창구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돈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고, 현직 장관과 국장의 목을 날리는 것을 지켜본 대학 총장들과 보직 교수들도 속수무책으로 모든 내부기준을 바꿔서라도 그녀의 딸을 입학시키고 학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었다. ‘환관정치’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NO=죽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순간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다.


지금 우리는 그동안 70년간 지탱해온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저렇게 파렴치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의 재단 설립과 운영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저렇게 파렴치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의 대학 입학과 학점 취득이 가능했을까? 파렴치함과 구태의연함의 끝판왕이었던 전두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면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검찰에게 요구했는데, 지금의 정권은 도무지 사태의 심각성도 깨닫지 못하고 있고, 전면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 나아갈 의지조차 전혀 없다. 그래서 지금의 국민은 34년 전보다 더 불행한 국가를 목격하고 있고, 34년 전보다 더 불행하고 무능한 정부를 목격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오직 두 명의 여성으로 인해 빚어진 일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여인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여인을 지키고자 하는 여인에 의해 대한민국 시스템이 완벽하게 농락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짜증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세운 나라이고, 어떻게 되찾은 나라이고, 어떻게 다시 일어난 나라인데…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시스템이 두 여인의 주머니 속 쌈짓돈 정도로 인식되고 운영되어도 되는 것인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않는 한 국민의 분노는 거대한 쓰나미로 변질되어 모든 것을 삼켜버리게 될 것이다. 조국의 광복도 아닌, 조국의 민주화도 아닌, 한 여대생에 대한 의혹을 밝히라며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교수들이 시위하고, 국회의원까지 나서야 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건 정말 아니다. 이건 나라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다. 그냥 허접한 양아치들의 향연이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047&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