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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마사지에서 유령으로 변한 미디어..."미디어는 마사지다" - 마셜 맥루헌 / 꽹땡 피오르 공저

irene777 2016. 10. 26. 15:33



마사지에서 유령으로 변한 미디어


미디어는 마사지다

마셜 맥루헌 / 꽹땡 피오르 공저 | 김진홍 (옮긴이) | 커뮤니케이션북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 진실의길  2016년 10월 4일 -






맘 먹으면 두 세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페이지도 적고 그림이 반 이상 차지하고 있어 설렁설렁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막장이다. 이렇게 짧은 책은 메시지가 중요하다. 전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이해하면 독서 끝이다. 논리의 차분한 전개가 아니라 주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마사지다. 미디어는 마사지라고 주장한다.


67년에 나온 책이다. 마셜맥루헌의 비교적 초기 저서다. 몇 편의 저서로 이미 세계적 학자가 된 맥루헌이꽹땡 피오르랑 공저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미디어는 마사지라고 주장하면서 기존 주장 ‘미디어는 메시지다’에서 마사지를 따로 떼내 강하게 부각시킨다. 마사지가 뭔지 알면 된다. 마사지가 뭘까. 맥루헌의 유명한 문장에서 출발해 보자.


모든 미디어는 인간이 지닌 재능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확장이다. P 26


바퀴는 발의 확장이고 책은 눈의 확장이다. 옷은 피부의 확장이다. 전자회로는 중추 신경계의 확장이다. 맥루헌의 이런 주장은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제한적으로 인식하는 구텐베르크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미디어를 인쇄술, 도안 복제술에 머물게 했다는 것이다. 인쇄는 단지 근대에 나타난 하나의 제한적 미디어일 뿐이다.


원시인이나 문자 이전 시대의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시각적인 공간에서보다는 청각적이며, 영역의 구분이나 경계가 없고, 후관적(嗅官的)인 공간에서 생활해 왔다. P 57


미디어는 결코 인쇄술, 도안 복제술에서 멈추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들을 인식하면 그 존재하는 것들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다 미디어가 된다. 특별히 미디어라고 하는 것이 선험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역의 구분이 없고 경계가 없다. 사무적 명쾌성을 고집하는 것은 인간의 지능이 내용이나 느낌이 아니라 형식에 따라 작용한다는 미신 때문이다. 그것도 오래된 미신이 아니라 근대적 미신이다. 오늘의 문제에 어제의 해답을 던지는 정치와 같다.


우리는 문자를 사용하던 몇 세기 동안 우리에게서 떠나 있던 원시감정과 부족감정을 다시금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P 61


그 시작이 미디어의 재발견이고 미디어의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 물리적인 전자회로 체계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원시인들의 다원적 공간개념을 재창조시킨 것이 바로 전자회로 체계다. 회로의 물리적 구현이 TV다. TV는 인쇄술적 사고방식,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분류하던 습관을 변화시켰다. 자료의 분류가 아니라 패턴의 해독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저항은 고정관념으로 모든 현상을 보려는 뿌리 깊은 습관이다. 늘 단편적인 것, 단일적이고 분리된 국면에 머물러있는 우리의 사고다.


마사지가 뭘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마사지는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 감각 중 촉각이다. 느낌이다. 시각처럼 ‘명료’하지가 않다. TV는 시각만을 통해 전달되는 미디어가 아니다. 소리, 이미지도 있다. 광고 같은 콘텐츠는 서사적 구조 없이 이미지 몇 개만으로 전달된다. 시간도 뉴턴식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반복, 악센트, 느낌표 하나, 비명 소리 또는 환호하는 소리 하나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모든 것들이 마사지다. 느낌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 50년 전 나온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가 인간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확장에서 이제는 인간 자체가 미디어로 트랜스폼 transform 되어 버린 세상이다. 사람의 일상이 미디어가 되었고 사람 스스로가 네트워크를 타고 확장된다. 마사지 즉 느낌은 주객이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매스 미디어의 하이어라키 구조를 전제로 한다. 반면 네트워크는 고정된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네트워크는 각자의 방식대로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한다. 이제 미디어는 마사지에서 유령으로 변해 온 우주를 떠들고 떠돌고 있다. 느껴지지도 않고 그저 비트로 존재하면서 홀로 유영한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1&table=hy_kim&uid=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