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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해와 편견,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irene777 2016. 10. 26. 18:41



오해와 편견,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이란 ‘먼저 인간이 되어라’


진실의길  김갑수 칼럼


- 2016년 10월 21일 -




페이스북에 시를 소개하면서 페미니즘에 관해 조금 성의 없는 글을 올렸더니 이에 대해 문의해 오는 분이 몇 있었다. 나는 그 글에서 본격적인 여성차별은 동양의 가부장제보다는 서양의 근대주의에 있다고 말했다. 문의하신 분들에게 답변도 할 겸, 페미니즘에 관한 세간의 오해도 불식시킬 겸해서 이 글을 올린다.


몇년 전 한국의 남성 정치인 노회찬 씨는 한 여성 진보 정치인의 자살에 대해 트위터 글을 날린 적이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장미 한 송이 보냈는데, 오늘 새벽 그대 떠났네. 미안하고 또 미안하네.”


노회찬 씨는 예전 한 여성 정치인(지금은 대통령 직함을 갖고 있는)에게 ‘그년’이란 표현을 써 논란에 휩싸인 이종걸 의원에게 무조건 엎드려 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여성을 노회찬 씨처럼 대하는 남성들을 무수히 보아 왔다. 그런 남성들은 무조건 여성에게 자상하거나 공손해야 여성을 위하는 것인 줄 아는 경향이 있다. 한편 많은 여성 역시 이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런 여성관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 대관절 한 여성의 처절한 죽음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뭐고 ‘장미 한 송이’는 또 뭐란 말인가. 또한 ‘그년’이라는 욕설을 했다고 해서 왜 전후 사정의 고려도 없이 ‘무조건 엎드려 빌 것’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하는지? 나는 여성을 위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남성들에게 일말의 의혹을 가지고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적 세계에서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이다. 반대로 말해서 ‘여성차별’이란 여성을 여성 자체가 아니라 ‘남성이 아닌 성’, 혹은 ‘부족한 남성’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페미니즘은 한 마디로 말해 여성 차별을 하지 말자는 주의이다. 이것은 여성은 약한 존재이니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일면 퇴행적인 휴머니즘 식의 논리가 결코 아니다.


나는 공개석상, 심지어 대중에게 노출된 텔레비전 같은 데에 출연하여, 자기 마누라 ‘고생 많이 한 착한 여자’라고 말하는 남편을 한심하게 여긴다. 아내를 위로하거나 칭찬하려면 당사자 앞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 때문에 공개석상에서 그따위 얘기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산가족도 아니면서 말이다. 이것은 아내를 불쌍하게 여기고, 그것을 발표(?)까지 해야 착한 남성으로 인식되는 ‘한국적인 기현상’이다.


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를 한국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잘 못 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심지어 한국 남성들에게는 단순히 여성이 성의 특권을 누리려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여성들은 페미니즘이란 것이 남자가 여자에게 자상하고 공손해야 하며, 무엇보다 여성 고유의 가치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인간 사회가 좋아지려면 남녀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조화란 남녀가 대등한 가운데 각기 고유 영역을 발전시켜 양성이 상보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성취된다. 그런데 이 양성의 조화를 깨뜨려 버린 것은 서양의 남성들이었다.


서양의 산업이 수공업 위주로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여성은 약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공장공업으로 바뀌자 남성이 밖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 남녀 차별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서양의 남성들은 돈 못 버는 여성을 얕보고 소외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성은 교육 받을 기회를 봉쇄당했다. 그럴수록 여성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산 축적에 성공한 서양의 일부 남성은 여성을 심미적 또는 성적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식으로 여성을 소외시키기도 했다. 현대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구 영화에는 여성이 외출하는 데 두세 사람이 붙어 속옷 끈을 조이고 난 후 부서질 듯이 온갖 치장을 하고 여기에다 모자를 쓰고 양산까지 들고는 종종 새 걸음으로 나서는 장면이 흔히 연출된다.


이것은 여성을 대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감각적 대상으로만 인식한 서양 남성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이 그토록 광범위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서양의 성차별이 얼마나 컸고 이에 따라 서양 여성의 강박관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방증한다.




▲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녀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남성과 여성이 유별할 것은 유별하면서도 권력을 나누어 행사했다. 밖으로 나대는 여자가 지탄 받았듯이 집안일에 참견하는 남성 역시 바보 취급을 당했다, 여성에게는 주방은 물론 고간의 열쇠(경제권의 핵심)가 맡겨졌다. 이는 서양과 전혀 다른 성격의 남녀 공존 방식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성차별이 심해진 것은 서양의 풍조가 밀어닥치면서부터였다. 그런데도 일부 한국 여성들은 여성 차별이 마치 유교의 관습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는 물론 식민지 교육의 소산이지만 여기에는 근대 한국 남성들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근대에 들어 여성을 차별하게 된 서양에서는 남자가 의도적으로 여자를 위한다는 가시적인 행동을 해보이고는 했다. 한 예를 들자면 자동차 문을 남자가 열어주는 행위이다. 그러나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이 여자를 얼마나 얕잡아 보는 행위인지를 헤아려야 한다. 여성이 장애인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의 일부 여성들은 아직도 그런 것이 마치 여성을 우대하는 세련된 매너인 줄 오해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여성차별이라는 이 나쁜 것을 동양에 이식한 연후에야 자기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들은 남녀가 대등하고 조화롭게 살아가야 남성에게도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에게도 동등한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여성의 능력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결과 지금 뉴욕 등의 대도시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능력이 남성을 앞지르게 되었다. 실제로 뉴욕 근로자의 평균 보수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앞에서 말했듯이 페미니즘이란 남녀가 대등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자는 주의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남녀의 차이란 것은 기껏해야 생식기 모양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한국은 남녀에 대한 상호 인식이 서양의 근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은 이것을 유교문화의 산물인 줄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양에 지나치게 편향적인 호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을 본질적으로 차별한 남성은 동양 남성이 아닌 서양 남성들이었으며, 서양 것을 잘못 받아들인 근대 동양 남성들이었다. ‘여자다운 여자’나 ‘남자다운 남자’를 강조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 이것이 페미니즘의 본질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 된 연후에라야 성적 매력도 발현될 수 있는 것임은 물론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booking&uid=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