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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이 살인 기계?...거짓말하는 건 누구인가"

irene777 2014. 10. 16. 02:43



"'다이빙벨'이 살인 기계?...거짓말하는 건 누구인가"

"관객들이 세월호 진실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되길"


<인터뷰> "다이빙벨" 공동연출자 안해룡 감독


-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15일 -





▲ <다이빙벨>의 안해룡 공동감독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우동 CGV 센텀시티점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민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하지만 4월 16일 그날의 비극 이후 여전히 밝혀진 건 거의 없다. 진상규명이 이렇게 지난한 일이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은 곧 진실에 한걸음 다가가고자 했던 이들의 열망이 담긴 작품이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이 영화의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등 압박도 상당했다. 그만큼 이 사고와 영화를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이 경직돼 있다는 의미다.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고 <다이빙벨>을 공동연출한 이상호 기자는 "진도 팽목항에 도착하자마자 '이건 다큐로 기록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끈질기게 영상을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고발뉴스>라는 독립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현역 기자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다.


언론에 주로 노출된 건 이상호 감독이었지만 이 시점에서 공동연출자인 안해룡 감독을 간과할 수 없다. <다이빙벨>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호흡을 맞출 감독을 물색하던 중 안 감독은 소식을 듣고 "내가 참여해도 되겠나"라고 물었고, 지난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해 지금의 작품에 힘을 쏟게 됐다. 안해룡 감독이 생소하다고? 국내 VJ 1세대로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 등을 기록해왔던 열정적인 다큐멘터리스트다.  



"세월호 사건을 간명하게 보이는 하나의 상징이 '다이빙벨'"




▲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이종인씨(세월호 사고 구조를 위해 자신이 만든 다이빙벨을 팽목항으로 가져온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인터뷰 생중계 장면을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는데 다이빙벨이 결국 실종자 구조에 실패한 거 아니냐며 기자들이 잔인한 질문들을 던지더라고요. 좋은 먹거리가 나타난 거죠. 사고 직후 당국은 동원 가능한 모든 구난 방법을 분명히 마련하지 않았고, 언론은 그 과정을 취재하려 하지 않고 정부 발표만 받아썼는데 황당했죠. 


정부가 다이빙벨을 막고 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궁지에 몰리자 마지못해 이종인 대표를 투입했잖아요. 그것도 시늉만 하게 하다가 나가라고 해버린 거예요. 잠수사도 사실 해경이나 해군이 대줬어야 하는데 이종인 대표가 직접 잠수사를 데리고 와서 작업했잖아요. 이 모든 게 황당한 과정 아닌가요." 


안해룡 감독은 "세월호 사건을 자꾸 복잡하게 보려는 시각이 있는데, 다이빙벨이라는 게 결국 그 사건을 가장 간명하게 설명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당국과 유가족 사이에서의 소통 부재, 정부의 말을 받아 옮기는 다수의 언론 매체들을 그것에 분명하게 대비시킬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영화를 완성한 직후 이종인 대표에게 보여드렸어요. 보고나서 무지하게 답답해하더라고요. 자신에 대한 문제니까 괴롭죠.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해경과의 관계 때문에 에둘러 표현했던 것들을 이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거예요. 유가족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현장에서 쫓겨났잖아요. 


많은 분들이 아셔야할 게 알파 쪽 사람들은 사고가 없어도 소방관처럼 순환 근무를 하고 있어요. 사고가 없을 땐 훈련도 하고요. 우리나라 최고의 민간 구난 팀이라는 기사도 찾아보면 있습니다. 또 이종인 대표가 조선공학을 전공해 네덜란드에서 배를 직접 만들기도 했고, 감압 챔버를 다룰 수 있는 자격증도 있어요. 이런 정보도 모르고 기자들은 그저 그를 사기꾼 취급하며 당시 구조가 실패인지 아닌지만 묻는데, 어떤 기준으로 물어야 하는지 그것부터 분명히 정해야 했어요."



다큐는 중립적이어야? "아니, 프로파간다 당연히 있을 수 있어" 




▲ 안해룡 감독.   ⓒ 이정민



이번 작업에서 안해룡 감독과 이상호 감독의 역할 분담은 명확했다. 각종 취재를 바탕으로 이상호 감독이 모은 자료를 안해룡 감독이 구조적 틀에 맞춰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영화적 선택으로 잘리거나 생략됐다. 안 감독은 "이상호 감독 입장에선 자식 떠나보내는 것처럼 아쉽겠지만 전체 흐름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를 빼는 작업이 가장 중요했다"고 전했다. 


"제겐 익숙한 작업입니다. 전작인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도 시민 단체가 찍어놓은 걸 바탕으로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다큐를 만든 거예요. <다이빙벨> 역시 이상호 감독이 취재한 덩어리를 가지고 구조물로 만드는 역할을 한 셈이죠. 그렇기에 <다이빙벨>에 대한 작품성 문제를 지적하면 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보도물이 아닌 영화물이고, 그렇기에 완결이 아닌 질문으로 종결하려 한 겁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다이빙벨이 오히려 살인 기계라 주장했어요. 바다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런 낙인을 찍은 거잖아요. 대체 이종인이 뭐고, 다이빙벨이 뭐기에 다들 입에 거품을 물고 늘어질까요. 그걸 관객들과 함께 묻자는 겁니다. '왜 구조 못했냐'는 질문은 다이빙벨이 아닌 정부와 해경에 던져야할 물음 아닌가요? 왜 이종인 대표를 토끼 몰이하듯 몰아붙였을까요. 이들은 뭘 숨기고 있는 걸까요." 




▲ 안해룡 감독.   ⓒ 이정민



작품에 대해 안해룡 감독은 또 한 가지를 강조했다.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항간의 생각에 대한 반박이었다. 안 감독은 "그런 생각은 이미 옛날 것"이라며 "기존 관념에 대한 뒤집기가 바로 <다이빙벨>의 주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해경이 주장하는 바가 끊임없이 뒤집혀요. 결국 이건 누가 거짓말하는지 두고 보자는 얘깁니다. 이 작품을 두고 프로파간다(선전 효과)라고 낙인을 찍는다고요? 프로파간다 역시 다큐의 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선전, 선동이 있다고 무조건 정치적인가요? 오히려 휴머니티를 내보일 때 정치색이 물씬 담길 수도 있습니다. 


다큐는 뉴스가 아닌 영화예요. 그렇기에 생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말하려 하는 요점을 분명히 하고 관객과 공감할 부분을 찾는 게 우리 임무였어요. <다이빙벨>을 만들며 피해자, 유가족들과 아이들 얼굴은 거의 안 쓰려고 했어요. 그들로 장사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기면 당연히 사람들이 울 수밖에 없잖아요. 이 작품의 핵심은 '왜 정부와 언론이 다이빙벨을 두려워하는가'에 있어야 했죠."



"'위로'에 멈추지 않고 더 큰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 영화 <다이빙벨>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인터뷰 당시엔 개봉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최근 <다이빙벨>은 10월 23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이제 극장에서 상영관을 얼마나 내어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안해룡 감독은 "이 영화의 스태프들이 대부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반드시 지금 시점에 나와야할 작품이었기에 뜨거운 영화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와 이상호 감독 사이에서 논쟁이 상당했다고 예상들을 하시는데 오히려 우리의 성격이 달랐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사실 논쟁 과정에서 논리가 생기잖아요. 상대의 말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내 생각을 한 번 더 점검할 수도 있고요. 이상호 감독과는 완벽한 호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이빙벨>은 단순히 유가족 분들을 위해 만든 게 아닙니다. 거기에 머물면 단순한 위로에 멈추게 돼요. 세상을 기록하는 입장에선 그걸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분들은 물론 소중하고, 그 아픔 또한 이해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더 큰 문제 제기를 해야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셨으면 좋겠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서 관객이 영화를 보고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어떤 행동과 실천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분들로 인해 조금씩 바뀌어 갔으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사진/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