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홍성담 - 인권콘서트서 그림으로 다 못한 말 "박근혜는 제2의 전두환"

irene777 2014. 12. 7. 01:08



[인터뷰]홍성담 인권콘서트서 그림으로 다 못한 말 

"박근혜는 제2의 전두환"


- 민중의소리  2014년 12월 3일 -





▲ 홍성담 화백   ⓒ김철수 기자



매년 인권콘서트가 개최됐다.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즈음해 인권콘서트가 열린다.


과거에는 국가보안법과 반인권악법 철폐, 양심수 석방, 구금시설 인권실태와 사법감시 등이 인권콘서트의 주요 의제였다. 올해 의제도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의제는 많아지고 내용은 처참해졌다고 해야 맞겠다.


머릿속에서 대충 그려봐도 두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올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내란조작, 정당해산, 세월호, 강정마을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쌍용차, 윤일병 등 수많은 인권 유린의 현장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졌다.


인권콘서트에는 수많은 예술인과 활동가 일반인이 참여해 인권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올해는 유신의 부활을 은유하는 그림 <애 낳는 박근혜>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 <세월오월>로 청와대와 대척점에 섰던 홍성담 화백이 인권콘서트에 참여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다. 같은 고향이니까 김대중 대통령을 더 무시했다. 집안의 자잘한 이야기까지 다 알고 있지 않겠나.(웃음) 김대중 대통령이 IMF를 성급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비판했고, 그밖에도 많은 그림을 그려서 김 대통령을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 하지만 한미FTA를 추진할 때 앞장서서 반대했고, 또 (그가 잘못했을 때마다) 비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이명박 정권부터 그림 내려라, 전시 안 된다고 하더니 박근혜 정권 때는 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산하는 그림을 그린 뒤부터는 패륜화가가 돼버렸다. 못된 여성주의자들이 그 그림을 보고 여성성을 비하했다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얘를 낳으면 자기 아버지 닮은 아이를 낳지 누굴 낳겠냐. 그것은 유전이고 과학이다. 출산그림에 담고 싶었던 얘기가 오늘날 그대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30~40년 전 흉내를 내고 있다. 비선조직, 정윤회, 경호실장 힘 몰아주기, 국무총리는 핫바지다. 민주주의도 거슬러 버렸고, 이상하고, 변태적이고, 왜곡된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장돌 들고 싸워야 할 때다."



세월오월, 광주가 무슨 창피냐


홍성담 화백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 <세월오월>을 출품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출품작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에 항의하는 다른 작가들의 출품거부와 큐레이터의 사퇴가 잇따르면서 전시는 파행됐다.


<세월오월>은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그림이다. 해외에서는 비일비재한 표현이 한국에서는 문제가 됐다.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것이 아니다. 십상시, 김기춘, 박지만, 또 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박 대통령은 허수아비 맞다. 저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림의 가장 중심에 있는 형상, 세월호다. 세월호 참사를 무능한 정부가 304명을 물고문으로 죽인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는 것이고, 이것이 광주학살과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 것을 저들은 두려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전두환이다."


홍 화백이 작품을 자진 철수해 다행히 광주비엔날레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광주와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표현의 자유와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의문을 던졌고, 비엔날레 운영의 비민주성 극복이라는 또 다른 불씨를 잉태했다. 아울러 윤장현 광주시장의 오락가락한 태도와 광주시의 일관성 없는 전시 정책은 예술계를 비롯해 전 국민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광주시장이 자기가 비엔날레 이사장인 걸 모르고, 비엔날레 측에 떠넘겼다. 광주시장은 비엔날레 당연직 이사장이고, 자기가 주인인데.(웃음) 그리고 비엔날레 측도 광주시장에 떠넘기기 바빴다. 본 전시가 다가오는데 광주가 무슨 창피냐. 그래서 철회했다."




▲ 홍성담 화백   ⓒ김철수 기자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하다


홍성담 화백을 만나러 가는 길. 뼈에 냉기가 스밀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사나운 날씨는 우리 사회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날씨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살을 에고 째는 고통이 느껴진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얼굴에 연분홍빛을 사르르 돌게 하려면 따뜻한 온기가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손길이 계속 이어져야 인권도 회복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기쁜 나머지 홍성담 화백과 힘을 줘 악수했다. 역시 그의 손은 친절했고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다. 하얗게 얼었던 손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인권의 파수꾼처럼 살아온 날들이 그에게 남겨준 열의겠다. 그가 인권콘서트 무대에 서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차가워진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예술가로서의 책무에 충실하려는 마음에서다.


"인간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다. 인간이 다양한 권리를 침해 받았을 때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그것을 얘기할 수 있다. 특히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는 그 나라 민주주의의 바로미터다. 예술가들이 200~300%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시대와 장소를 떠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시대의 권력이 금기시하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 권력의 영원무궁한 이해관계와 권력의 유지를 위해 문화, 종교, 제도, 관행, 경제 등으로 거죽을 씌워서 타부시하는 것들을 깨부술 수 있다. 그것의 예술가의 임무다. 예술가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고 자유롭게 발동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돼야 권력과 재벌이 카르텔을 형성해 부패하고 타락하는 과정을 방지할 수 있다. 예술가가 끊임없이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성취하지 않으면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다."


올해 인권콘서트는 오는 11일 오후 7시 30분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다. 인권콘서트는 1부 이야기 콘서트 '이 시대 표현의 자유를 묻다'와 2부 시노래 콘서트 '손잡은 사람들, 여기 희망이 있네'로 꾸며진다.


이야기 콘서트 손님으로는 박래군, 홍성담, 박진이 참여한다. 시노래 콘서트에는 이정열, 손병휘, 크라잉넛, 안치환, 평화의나무 합창단 등이 나와 열정적인 무대를 연출하며, 문화예술 표현의 자유 1천인 선언과 함께 하는 시낭송, 영상 상영, 안데르센의 '마녀사냥'을 각색한 연극 등도 펼쳐진다.


인권콘서트는 조작과 탄압으로 하루아침에 사회에서 죄인으로 몰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처를 담아낸다. 또 차별과 억압에 신음하는 사람들, 사회 모순과 부조리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손을 모으는 자리다.





홍성담 화백은


홍성담 화백은 1977년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결핵을 앓고 전남 무안에 있는 요양소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그는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으로 지명수배 받던 윤한봉·김남주를 만나면서 사회변혁 운동에 복무하는 문화운동가가 됐다.


요양원에서 나온 그는 백은일·최열·박광수 등과 함께 '광주자유미술인협회'를 결성하고, 광주민주화운동 '문화선전대'로 활동했다. 이 협회는 독재정권에 반발로 태동한 전국 최초의 민중예술단체이자 민중문화운동의 전국화에 크게 기여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는 1989년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후배들과 함께 걸개 그림 <민족해방운동사>를 그려 북한 평양청년학생축전에 보냈다가 간첩 협의로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혐의로 독방에서 3년 4개월을 지냈다.




▲ 홍성담 작가의 세월 오월 부분   ⓒ뉴시스




▲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홍성담 화백 "노무현 비판했지만 그 시절 행복해"



http://youtu.be/3xYV6a21nMo



- 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