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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종대 - 신성화된 권력, 노예가 된 여당

irene777 2014. 12. 10. 17:27



신성화된 권력, 노예가 된 여당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한겨레신문  2014년 12월 9일 -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7일 청와대 회동은 21세기 문명사회에서 희귀한 두 가지 현상을 보여준다. 그 첫째는 정치 권력자가 자기 스스로를 신성화하는 심리적 기제로서의 나르시시즘이다. 박 대통령은 “저는 항상 비리를 척결하고, 또 국민의 삶이 편안해지도록 하는 데에 지금까지도 오직 그 생각으로 일해 왔지만 앞으로도 그 생각밖에 없습니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어 “그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즉 자신은 부끄러운 것이 없으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부끄럽지 않으냐는 이야기다. 혹시나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쯤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사과를 해야 할 대통령이 거꾸로 사과를 받겠다고 나서는 셈이다. 윤창중 대변인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에서도 대통령은 지금처럼 자신을 신성화했다. 그래서 국민 앞에 자신을 낮추지 못하는 권력자의 자기도취 증상이 대통령과 시민의 연결 고리를 끊었고, 그래서 국가는 더 불행해졌다.


둘째는 이에 맞장구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놀라운 복종과 동화의 심리다. 노태우 대통령 때 없어진 “각하”라는 용어를 두 번이나 인용하는 이완구 대표의 기이한 용비어천가는 도무지 우리의 현실 감각에 맞지 않는 고전풍이다. 이어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대통령의 썰렁한 농담에 박장대소를 해야 하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정서 주파수에 정확히 맞춰진 웃는 기계들 같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말처럼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확장된 육신으로서 대통령의 정서의 파장에 따라 울고 웃는 존재라는 점을 거듭 재확인했다.


올해 4월에 법원이 국정원의 간첩 조작을 유죄로 판단한 데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예고된 엄중한 안보환경”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진 지금은 “우리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엄중한 책임”을 강조한다. 항상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국가의 지도자는 장삼이사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국가적 과업을 수행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성이 된다. 그런 지배자의 확장된 육신이자 감성 노예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회동 이후 야당과 언론에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존재로 돌변했다.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못한 그 부끄러움을 정적에게 전가하기 위해 때아닌 용감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청와대가 과감한 인적 쇄신이나 부패척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십상시든, 친인척이든, 그림자 권력이든 간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이 쥐어짜는 개혁, 또는 서민증세에 더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유언비어를 척결한다며 국민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 애꿎은 부처의 국장·과장들이 숙청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자기들이 행복한 나라로 가려는 것이다. 이런 야만을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한다.


권력자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을 때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것 같지만 막상 호랑이 등에서 내려왔을 때는 그처럼 겁쟁이도 없다.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이 권력구조는 고장 나면 한순간에 붕괴되는 아주 위험한 구조물이다. 겉으로는 권력에 맹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서면 개인의 이익을 추종하는 야심가들로 건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한 것이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아니었던가.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82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