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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에게 비행기 돌리라 하고, 넌 내려”

irene777 2014. 12. 11. 07:11



“기장에게 비행기 돌리라 하고, 넌 내려”


 ‘땅콩 회항’ 논란 확산에 조현아 부사장 사퇴

“노동자는 인격을 팔지 않았다”


-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10일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 사건이 지난 8일 공론화되고 그날 저녁, 대한항공은 이런 해명을 내놨습니다.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이 해명만 놓고 보면,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사무장을 조현아 부사장이 엄히 다그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다른 증언이 나왔습니다. 참여연대가 10일 조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등으로 고소하면서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조 부사장이 땅콩 서비스 문제를 항의하면서 스튜어디스에게 ‘이X’, ‘저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상황을 수습하려던 사무장에게도 ‘야 이XX야’라고 막말을 하면서 ‘기장에게 비행기 돌리라고 하고 너는 내려’라고 명령했다”, “이전에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직원들에게 욕설을 했다.”


이런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기내 난동’ 수준입니다. 어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 할지라도 노동자에게 욕설을 할 권리는 없습니다. 모욕죄도 적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기장과 협의했다’는 대한항공의 해명도 증언과 다릅니다. “기장에게 비행기 돌리라 하고, 넌 내려.” 이것은 협의라고 볼 수 없습니다.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조 부사장은 이 사건으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사퇴를 두고도 말이 많았습니다. 그는 부사장직을 유지하며 대한항공 객실사업본부 등 책임자에서 물러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마땅히 하는 일도 없는데, 부사장으로서 월급만 받아간다는 비난이 일자 이번엔 부사장직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한항공 등기이사입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대한항공의 행동입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초기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 탓을 했던 대한항공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사람을 색출하려고 직원들의 휴대폰을 검열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언론에 대응할 때 사무장의 자질부족으로 몰고 가라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정도라니, ‘사과’라는 단어에 대한 기만은 물론 대한항공이 초법적 집단이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형사처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고 노동자도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이지 자신의 전인격을 판 노예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도 “한진 재벌에 대한 대대적인 시민 저항운동을 펼쳐야”, “철갑을 두른 금수저”라고 비판했습니다. 조현아 부사장의 이번 행동이 재벌 전체에 대한 분노로 확산되는 듯 합니다. “경영인 이전에 겸손한 인간적 체취를 몸에 익혀야겠다”는 충고도 나옵니다.


대한항공에 대한 비판 수위는 높습니다. “망하고 싶어 환장하는군”이란 격앙된 반응부터 “제보자 색출한다고 직원들 카톡 검열하는 대한항공의 행태, 언론자유 표현자유 통제 받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을 멋대로 검열하는 정부, 직원을 멋대로 검열하는 회사”란 지적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외신에서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CNN 여성 앵커는 이 소식을 전하며 ‘Crazy story’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세계 누가 봐도, 이 사건은 이해가 안 되는 사건인데, 과연 조현아 부사장, 그리고 한진 오너 일가, 다른 재벌일가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