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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보도, 청와대 대응은 '소송 또 소송'

irene777 2014. 12. 11. 06:59



정윤회 보도, 청와대 대응은 '소송 또 소송'


靑,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세계일보·동아일보 연이은 형사고소

반론권 대신 소송, 소통은 거부?


-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10일 -




청와대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겁박용’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은 세계일보 기자 등 보도관련자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11월 28일 형사 고소했다. 소송은 세계일보가 청와대 감찰문건을 입수해 단독보도 한 28일 당일 신속히 이뤄졌다. 지난 8일에는 “정윤회 동향 문건이 김기춘 비서실장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동아일보 기사가 허위라며 역시 기자를 형사 고소했다. 보도가 나간 지 반나절도 안 돼 고소장이 제출됐다. 


이 같은 청와대의 대응을 두고 “더 이상 취재하지마라”는 겁박이란 비판이 나온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감찰보고서 작성 주체는 우리가 아닌 청와대인데 그 문서를 보도한 일을 두고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낭기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9일자 칼럼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식문서가 근거였다. 언론으로서 당연히 보도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태로 명예가 추락한 쪽은 청와대 비서관이 아닌 국민이다”라고 꼬집었다.


김준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변호사)은 “정부나 공직자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의혹제기수준의 보도마저 형사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우려하며 “세계일보든 동아일보든 앞으로 이 사안을 취재하면 무조건 고소하겠다는 겁박과 같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공직자는 명예훼손 소송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불리한 보도에 대해 여지없이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불통不通이다.




▲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0월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은 최우석 조선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최 기자가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였다. 기사를 쓴 것도 아니었다. 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 비서관의 인사개입 소문이 돌아 취재 지시를 내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역시 신 비서관에게 형사고소를 당한 시사저널 기자는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카카오톡까지 조회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4월 세월호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조문연출 의혹을 보도한 CBS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현장 방문 연출 의혹보도 역시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일보 기자는 김기춘 실장이 법무부 장관시절 ‘오대양 사건’ 재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전 부산고검장 발언을 보도했다가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청와대는 김기춘 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 명의로 시사저널을 상대로 지난 4월 8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회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청와대는 지난 5월 유사내용을 보도한 일요신문에도 소송을 걸었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지난해에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신청했다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의 소송전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일관된 언론관이다. 그 중심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 그는 자신을 두고 과거 구원파로부터 뇌물을 주고받았을 것이라 주장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고소한 전력이 있다. 청와대의 언론관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직자는 소송보다 반론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반론권 대신 고발로 가고 있다. 반론보다는 아예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의 소송전은 억울하다는 취지보다는 아예 정부에 불리한 사안을 다루지 말라는 의사표시다. 정부가 사법제도에 의존해 언론보도의 진실여부를 가리겠다는 태도는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진실에 이르는 민주주의적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