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고승우 - 검찰의 ‘문건’ 수사, 뻔한 결말로 가나

irene777 2014. 12. 17. 16:24



검찰의 ‘문건’ 수사, 뻔한 결말로 가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민중의소리  2014년 12월 15일 -




검찰의 ‘정윤회 문건’에 대한 수사가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며 특검 등 진상 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경찰관이 ‘청와대 회유설’을 주장하며 자살해 이러한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문건’ 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윤회 문건’, ‘박지만 문건’, ‘서향희 문건’ 등이 나도는 현실을 외면했다. 난무하는 문건은 인사청탁, 비리, 이권개입 등 권력 내부의 암투가 진행됐다는 생생한 증거이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다.


이명박 정권은 물론 현 정권 들어와서도 청와대의 눈치만을 살피는 정치 검찰의 모습이 반복되자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다 자업자득이다. 수사가 진행된 지 2주 만에 검찰은 정윤회 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일부 비서관만을 불러 조사한 뒤 ‘십상시의 비밀회동’은 없었다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흔히 하는 압수수색조차 ‘십상시’ 의혹 인물 등을 상대로 거의 실시하지 않아 겉핥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검찰의 수사는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경찰관이 자살하면서 급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속전속결로 강행한 문건 유출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철수 기자



검찰 수사 가로막은 박 대통령의 ‘찌라시’ 규정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앞서 ‘찌라시’라고 문건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가로막았다. 문건 유출 수사에 대한 결론이 날 경우 문건의 진위는 찌라시라는 것으로 덮어버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윤회 문건’의 내용 중 청와대의 국정 운영과 관련된 의혹은 검찰의 수사영역에서 벗어난 것으로 애초 수사가 무리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할 때 검찰에게만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다.


특히 야당이 거론하는 ‘비밀 실세’의 청와대 국정농단 의혹은 검찰의 수사 영역이 될 수 없고 정치적 결단이나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를 지시하고 손을 놓아버린 것은 문제다.


검찰이 문건 수사를 하다가 정치적 문제에 손을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EG그룹 박지만 회장이 청와대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문건 유출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검찰이 문건 유출 수사 도중 박지만 씨를 소환하고 ‘7인 모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는 것은 ‘찌라시, 국기 문란’이라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선을 분산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고도의 대중 기만적 수사 태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다수의 인물을 소환하고 조사했지만, 수사의 큰 틀은 ‘시중의 헛소문을 기록한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 문제’라는 대통령의 언급 범위에 맞춰져 진행돼 왔다.


검찰에 소환된 관련 인물들은 보통 12~16시간씩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가 ‘7인회’를 문건작성·유출 세력으로 지목한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한 것도 검찰에게 유출 수사만을 독려한 측면이 강하다.


결국 문건 유출 쪽의 결론을 서두르다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최 경위가 자살하면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출 혐의를 인정하면 선처하겠다고 회유했다는 주장을 최 경위가 유서에 남기면서 상황은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윤회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지만 회장을 지목해 대질 신문을 강하게 언급한 것도 의혹을 부르고 있다. 이런 태도는 정 씨 자신이 박지만 씨와 벌이는 권력 암투가 심각한 것이란 인상을 강하게 풍기면서 문건의 진위에 대한 의혹을 분산 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박지만 씨의 검찰 소환이 야권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박 씨 일가의 게이트’로 번질지, 아니면 일과성 행사로 끝날지 주목되지만, 사안 자체가 검찰이 속속들이 진상을 규명하기는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론은 이미 나온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결국,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대형사건, 사고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성공해야 할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추진력이 급속히 약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점이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8258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