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상대 ‘갑질’하는 민선 대통령
조 전 부사장은 직원을 상대로 갑질, 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갑질
진실의길 정운현 칼럼
- 2014년 12월 25일 -
며칠 전 19대 대선 2주년이 지나갔다. 하필이면 이날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헌재가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게 볼만도 하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비롯된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최근 국정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로 인해 박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돼온 35%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이젠 무너진 셈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그런대로 괜찮은 공약을 많이 내놨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국민대통합 등이 그것이다. 보기 나름으로는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사상 첫 여성대통령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말뿐이었다. 김종인 씨 등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인사들은 정권 출범과 함께 모두 토사구팽 당했다. 또 장밋빛 공약들은 온데간데없고 껍데기만 남았다. 국민을 상대로 일종의 사기를 친 셈이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대선 때 호남을 방문해 ‘호남총리론’을 거론할 정도로 탕평인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역시 빈말로 드러났다. 4대 권력기관의 장은 물론이요, 권력의 핵심요직을 거의 영남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금융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들이 힘을 쓴다고 해서 ‘서금회’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비하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윤창중, 문창극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인사 난맥상은 이명박 정권 뺨칠 정도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거짓말과 후안무치함은 참으로 놀랄 만하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구해내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언제든지 유가족들을 만나주겠다던 약속 역시 빈말이었다. 유족들이 청와대 인근 효자동에서 수십 일을 천막을 치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허사로 끝났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고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은 반년도 넘은 다음에야 누더기가 되어 돌아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 임무로 부여받은 대통령의 행동으로선 납득하기 어렵다.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보여준 박 대통령의 처신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찌라시’ 운운하며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제의 문건은 청와대 현직 비서관의 지시로 청와대 행정관(파견 경찰관)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문건에는 한때 비서를 지낸 정윤회 씨와 친동생 박지만 씨가 등장하며 두 사람 모두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주인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동과 관련해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
최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질’이 세간에 화제가 됐었다. 오너 딸이라고 해서 수백 명의 승객이 탄 여객기를 마치 개인 전용기 다루듯 하다가 그는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제적 망신은 물론 모든 자리가 박탈됐다. 이뿐만 아니라 조만간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실정법을 위반한 만큼 법적 조치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최근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터지면서 조 전 부사장과 박 대통령을 비교한 기사가 더러 나왔다. 조 씨가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면 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 그것도 ‘민선 대통령’으로서 말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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