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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재벌의 저주에 걸려” 대기업 총수 가석방 논란, WSJ도 비판

irene777 2015. 1. 6. 06:34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의 저주에 걸려” 

대기업 총수 가석방 논란, WSJ도 비판


- 한겨레신문  2015년 1월 3일 -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5년 신년인사회‘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의 재벌 의존증’ 사설 내고 비판

“재벌 비호하는 봉건주의적 문화는 민주주의 압력 속에서 사라질수 밖에”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내에서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대기업 총수들을 가석방·사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금융경제의 중심지인 ‘월가’의 의견을 대변하는 보수 성향 매체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지다.


이 신문은 1일(현지시간) ‘서울의 재벌 의존증(Seoul‘s Chaebol Fixation)’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 분노가 들끓기 시작한지 몇주가 지난 현재 구속·수감된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이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수감 중인 재벌 총수들의 가석방을 주장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고,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언급한 것은 일종의 ‘동의’라고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한번 (재벌에게) 기회를 줄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신문은 “한국 사회에 이런 합의는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뒤 재벌 일가의 특권에 분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문은 “가석방이 거론되는 총수 대부분은 횡령과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한국 사회의 재벌 의존이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면죄부 문화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가석방은 한국 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특별사면한 것에 대해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신문은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은 재벌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그로 인한 정치적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데도 말이다. 재벌을 비호하는 봉건주의적 문화는 민주주의 압력 속에서 결국 사라질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재벌 기업인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형기의 3분의 1이상을 채워 법적인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월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만 2년째 복역중이다.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무부가 형기의 반만 채운 상태에서 재소자를 석방한 사례는 한건도 없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007년 이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가석방자의 형 집행률 현황’을 분석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형의 50~59% 정도를 채운 재소자를 법무부가 가석방한 사례가 한건 있었다. 형기의 60~69%를 채우고 가석방된 사례는 12건이 있었고 70~79%를 채운 가석방 사례도 4445건으로 전체의 10%에 미달했다. 즉, 가석방 사례의 대부분은 80% 이상의 형기를 마친 상태에서 추진됐음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겨우 형의 절반을 마친 최태원 회장 등에 대해 현재 가석방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몇몇 재벌 총수들이 구속된 것때문인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