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불장난 춤춘 사람” 말대로 검찰 수사 결과 나왔다
문건 허위, 십상시 모임 실체 없다 찌라시 결론...문건 유출 동기은 불분명
- 미디어오늘 2015년 1월 5일 -
결국 정윤회씨의 예견대로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종결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형사 1부, 특수 2부)은 5일 정윤회 문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윤회 문건의 내용은 허위 내용이며 이를 작성하고 유포시킨 박관천 경정은 구속기소하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윤회 문건을 복사해 최모 경위에 건넨 혐의로 한모 경위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모 경위는 검찰수사 도중 자살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철저한 피해자 청와대-정윤회
이번 수사 결과를 보면 정씨가 "불장난에 춤춘 사람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대로 끝이 났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국정개입 행위를 담은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고 유포해 '불장난'처럼 확산됐는데 불장난이 사실이었고 불을 지른 사람을 잡았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국정개입을 모의했던 십상시 모임 자체가 허위이고 풍문에 가까운 내용이 유포됐다며 정씨,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철저히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이 자신의 역할과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문건을 유출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지만 여전히 문건 유출 동기 이유를 해소시키지 못하면서 수사 내용에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5일 오후 브리핑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십상시 모임과 관련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십상시 모임 장소 중식당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박관천, 조응천, 박동열을 수차례 소환 조사해 한달 동안 광범위하게 수사한 결과 문건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사 도중 드러난 정윤회 측 박지만 EG회장 미행설 역시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 ⓒ 연합뉴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의 '핵심'을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이 십상시 정기 모임을 갖고 청와대 내부 동향 보고를 받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십상시 모임 장소의 압수수색, 업무용 및 본인 명의의 통신 내용, 정씨의 1년 치 통화내용, 발신 기지국 수사 및 차명 전화 사용을 분석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서로 쌍방 접촉하지 않았다던 정씨와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의 진술 내용이 바뀌었는데도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과 (정씨가) 몇 번 통화한 내용이 있을 뿐 다른 고소인과 연락하고 만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3인방과 정씨의 접촉 여부는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인데 단순히 "몇 번 통화했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간 버린 것이다.
검찰은 십상시 모임의 장소였던 중식당 이외에 다른 제2의 모임 장소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십상시 모임은 실체가 없고, 정윤회 관련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밝혔다. 또한 정씨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줘야 한다는 김아무개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말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진술 엇갈리는데도 한쪽 편만
검찰은 "조응천은 작년 말 무렵 (김기춘)비서실장, (홍경식)민정수석으로부터 비서실장 사퇴 경위 파악을 지시받았다고 주장하나 홍경식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수차례 소환 조사를 했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은 서면조사만을 진행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조 전 비서관의 문건 작성 지시는 청와대의 공식 업무가 되고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서면 진술만을 듣고 지시 여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이 '허위'라고 판단한 결정적 이유로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위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도 내세웠다. 박관천 경정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십상시 모임의 총무격인 김춘식 행정관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문건으로 작성했다고 했지만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동열 전 청장이 십상시 모임의 스폰서로 참석해 진술한 내용으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동열 전 청장과 정보 경찰관 6명에 대해 사무실 압수수색, 이메일 수색 등을 분석해 "박관천, 조응천 주장과 관련한 아무런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신뢰할 만한 출처나 근거가 없음에도 박관천이 박동열로부터 들은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과장․짜깁기하고 정윤회의 언동인 것처럼 덧씌워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윤회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설 역시 박지만 회장으로부터 시작해 박관천 경정의 문건 작성으로 이어져 허위 사실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박지만 회장이 지인 김아무개씨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애기를 들었고 박관천 경정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 정씨의 사주를 받고 오토바이로 미행한 내용을 사실로 믿게 됐다는 것이다. 급기야 박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사석에서 미행설을 언급한 것이 최초 관련 내용을 보도한 <시사저널>로 흘러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이 정씨 미행설을 보도하자 박관천 경정이 지난해 3월 28일 도봉경찰서에서 관련 내용을 문건으로 작성하고 박지만 회장 측근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노컷뉴스
검찰은 조응천 전 비서관→박관천 경정→박지만 회장 측근 A→박지만 회장으로 연결돼 문건이 유출됐고,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박지만 회장 부부 관리 차원의 문건 6건 뿐만 아니라 친인척 관리와 관련 없는 특정인 비위 문건, 정윤회 문건, 정윤회 비방 문건 등을 작성해 박지만 회장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조응천 전 비서관, 박경천 경정 유출 동기에 대해 "박지만 회장을 이용해 자신의 역할과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보도는 정보 거래였다?
검찰은 한모 경위가 박관천 경정이 가지고 있던 문건을 복사하고 최모 경위에게 건네 다음 세계일보 조모 기자에게 전달한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언론 보도 내용을 거래하는 것처럼 설명해 논란도 예상된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지난 4월 세계일보의 행정관 비리 보도 이후 문건 유출자로 의심받자 세계일보 기자를 접촉했고 술값을 내준 사실을 밝혔다.
또한 박관천 경정과 조모 기자의 휴대폰 기지 수사 결과 동선이 일치하고 박 경정이 술값을 송금한 사실도 전했다.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한 최모 경위와 조모 기자 사이 500회 이상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일부 공직자와 정보 경찰 등의 안이한 보안 의식, 일부 언론과 기업와의 부적절한 정보 거래로 허위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는 부작용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중대한 일탈행위로써 엄정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이번 수사는 근거없는 풍설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가공되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건 유출,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뒤 터무니 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와"라고 한 말이 모두 반영됐다.
-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영철의 Why뉴스> 박지만은 왜 누나를 대신해 미안하다 했을까? (0) | 2015.01.07 |
---|---|
세계일보 기자 “우린 정윤회 문건보도 진실이라 믿는다” (0) | 2015.01.07 |
그리고 대통령의 동생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0) | 2015.01.07 |
<칼럼> 정윤회 수사, 숱한 의혹들 자작극 상자에 밀봉되다 (0) | 2015.01.07 |
<칼럼> 검사님, 우리들의 검사님, 그리 사시면 안 됩니다 (0) | 2015.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