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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탈당 박근혜, 여기서 물러서면 기회는 없다

irene777 2015. 6. 26. 15:43



탈당 박근혜, 여기서 물러서면 기회는 없다

메르스 정국에 올인은 헛소리, 지금은 배수진 쳐야


진실의길  임두만 칼럼


- 2015년 6월 26일 -




2015년 6월 25일은 백두대간 이 땅을 피로 물들인 역사가 흘러간 지 꼭 65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날 '대통령’이란 직위를 가진 한 ‘권력자’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을 보았다.




▲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중인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지만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선으로 뽑는다. 그 국민과 이 국민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국민들의 대표가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률을 대통령이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되려 이런 법을 만든 회의원들을 국민의 표로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약 16분 정도 이어진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12분을 국회와 여야 비판으로 모두 채웠다. 표정은 이미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의 결기가 가득했다. 그 결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정치권과 여당을 차례로 비판하며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까지 말했다.


거부권 행사 이유는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이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이다.


그런데 같은 법률을 자신이 국회의원일 때 제정하자고 서명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 채 정부로 이송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여야가 합의했다”고 여야 정치권을 비난했다.


이어서 작심하고 “정치가 국민들을 이용하고 현혹해서는 안 된다”며 “늘상 정치권에서는 언제나 정부의 책임만을 묻고 있고,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비판만을 거듭해 왔다”고 힐난했다. 이런 발언만 보면 자신은 국회의원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은 이제 2년 남짓이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5선 경력에 14년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민생을 버려두고 직접 대통령과 정부의 발목을 잡은 예는 야당일 때만이 아니다. 야당 대표로서 “사학법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어떤 국사도 협조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발목을 6개월 이상 잡고 장외투쟁을 했던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여당 내 비주류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예산문제로 세종시 계획을 변경하려 하자 반대하며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제정한 법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버텼다. 대통령과 총리, 여당 내 친이계 주류 및 친이명박 언론이 어떤 협박을 해도 꿈쩍도 안 했다. 이런 자신의 행동들이 대통령 2년 만에 다 잊어버릴 수 있는 일들인가? 유체이탈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그렇다.


그렇기에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 정치권에서 민생 법안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하는 걸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든가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는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며 정치권과 선을 그었다.


이는 자신은 왕이니까 왕권에 도전하는 것은 안 되고, 국회의원도 신하로서 왕권이 통치하는 정부에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기에 내년 총선을 언급하며 “배신하지 말라”고 여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자신을 스스로 선거의 여왕으로 알고 앞으로의 선거도 자신에게 충성해야 당선의 영광이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다.


즉 발언 도중 여러 차례 ‘선거’와 ‘심판’을 거듭 강조한 것이 바로 그렇다. 영남권과 5~60대 이상의 박정희 향수층이 여전히 탄탄한 자신의 지지세력이 이라는 점을 여권에 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국회가 나를 핍박한다. 그러니 어려움에 처한 나를 구해달라’고 호소하며 결집을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뭉친 것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이는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위기에 몰린 것을 인식함이다. 그래서 최후의 저항선인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30%대 지지층에게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는 말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 ©신문고뉴스



그런데 대통령의 이 같은 강공은 일단 여권에서 통했다. 김무성 대표는 물론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대통령의 뜻’ 운운하며 재의에 붙이지 않기로 했다.


우선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정 존중… 당·청 소통 개선하겠다”고 물러섰다. 이에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비박계 지도부를 향한 압박에 들어갔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나도 과거에 원내총무 할 때 노동법 파동 때 책임진 일이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사실상 촉구했다. 김현숙 의원과 김태흠 의원은 각각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의 해명과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참 못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비웃으며 ‘유승민 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것도 아니고 우리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내칠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은 모두 의원들이 자율 투표를 해서 통과시킨 법”이라고 말하며 유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따라서 여당은 당분간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적으론 치열한 쟁투가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야당은 어떤가? 실상 대통령이 이렇게 오만해진 것도 다 야당이 허약한 때문이다. 시끄럽기는 하지만 모든 사안에서 단 한번도 대통령이나 여당이 물러서며 양보를 받아 낸 정치를 한 적이 없다. 그만큼 모든 현안에서 정치적 스킬도 로드맵도 없다. 이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대해서도 대변인 논평 등은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 같으나 모두가 우왕좌왕이다. 당장 국회 전면보이콧 운운하다가 메르스법은 빼고… 로 돌아서서 당일 메르스법을 의결했다.




▲ ©신문고뉴스



물론 현재 메르스가 창권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 맞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대통령은 이 특별한 시기에 국회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윽박지르며 전쟁을 선포했다.


메르스가 급하면 지금 당장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은 메르스를 입에 올리면서도 메르스보다 자신의 권위가 우선이었다. 메르스는 자신의 권위보다 뒷전이다. 이런 대통령에게 한 방 제대로 얻어 맞았지만 야당은 메르스가 급하니까 대통령과 싸우더라도 메르스법은 일단 처리하자고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야당의 충정이라고 누가 알아주나? 국민이? 대통령이? 여당이? 언론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충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욕먹기 싫으니까 한 것으로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다. 민생을 위해 국정협조, 합의정치 해야 한다. 그러나 다 때가 있다. 적기에 적소에, 여당의 애원을 받아가며, 충분히 할 수 있다. 경기부진, 민생의 어려움, 가뭄, 전염병, 심지어 대형사고까지도 모두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 몫이지 야당 몫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여 민심이 터지기 일보 전이면 여당이 양보하면서 야당에게 애원한다. 그게 정치다.


그래서 야당에는 정치적 스킬도 꼭 필요하고 무대뽀적 도전이나 버티기 기술도 필요하다. 특히 지금은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 당장 야당은 메르스법은 예외로 하고… 라며 순진한(?) 정치로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에서 ‘거 봐. 나한테 꼼짝 못하잖아?’라는 심리로 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강공일변도 대응일 것이다.


허기야 전쟁에 밀려 부산으로 피난을 간 피난정부 시절에도 사사오입개헌 파동 일으키면서 장기집권을 획책한 이승만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도 입만 열면 국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승만이 전쟁 나자 일본에 망명하려고 했었다니 뭐… 할 말은 없다. 부산 빼앗기면 추종자 5만 명과 일본으로 망명하려다 안 빼앗기니까 장기집권 하려고 국회의원 잡아 가두는 포악정치를 실행한 이승만을 ‘국부’라며 추앙하자는 국민들도 이 나라 국민이다.


오늘(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심판 운운한 것은 자신이 믿는 그런 국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전쟁이라도 나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승만보다 더할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하여 400여 명의 인명이 물속에 잠긴 현장 화면이 하루 종일 전국의 안방을 뒤덮었는데 7시간 행방불명되었다가 오후 늦게 나타나서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구하기가 힘들어요”라고 엉뚱한 소리나 했다.


오늘(25일)도 메르스로 2명이 죽었으며 매일 2~3명씩 죽어 나가는데 “중동식 독감이니 개인만 조심하면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다고 선거심판 운운으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이 부산정치파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경기가 어렵고, 나라경제가 힘들고 민생이 피폐하면 국회가 싸우느라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핑계를 대기 위한 정치력, 미리 국회가 시끄럽도록 유도하는 그 정치력, 그게 참 놀랍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상 명기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여당 160명이라는 안정 과반수 국회가 야당과 합의정치를 위해 제정한 법률이라도 대통령이 받을 수 없으면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어찌할까. 당연히 국회는 재의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물러섰다. 국회법 의결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얻은 표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얻은 표를 비교하면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얻은 표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무성 대표는 국민의 뜻을 대통령의 뜻 밑으로 국한시켰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야당이 결기를 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법적 권리를 행사한 것이므로 국회는 국회가 가진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통령이 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만큼 야당도 야당이 가진 법적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이 권리를 침해당하면 국회의 전면보이콧으로 대항하는 것도 야당의 권리다.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83% 가 동의한 안이다. 여야가 함께 힘을 모은 83%의 국민의 뜻을 청와대가 다 무시할 수 없다”고 지난 국회 표결 결과를 ‘전체 국민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했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 온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된 지난 달 29일 표결 결과를 보면 211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의 정수 300명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던 법안이다. 이는 흔치 않는 일이다. 그러므로 더욱 재의결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얻은 표는 유권자의 51.6%였다. 국회에서 의결된 국회법 개정안은 국민 직선으로 뽑은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했다. 이들 211명이 얻은 표는 대통령이 얻은 표보다 많다. 그 국민과 이 국민이 다르지 않다면 야당은 결기를 세워야 한다. 야당은 있는가?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flower911&uid=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