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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

irene777 2016. 3. 7. 18:43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2016년 3월 6일 -




89년 민주화투쟁 전후의 우리사회는 거대한 민중교육의 장이었습니다. 월간 말지의 등장과 한겨레신문의 창간, 전교조 교사 학살... 어쩌면 4월 혁명의 분위기보다 89민주화대투쟁은 국민들의 정신혁명을 불러온 의식개혁운동은 이 시기에 나탄난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학 앞에는 사회과학 서적이 눈이 부시게 등장하고 웬만한 서점에는 사회과학 책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등장한 것이 철학 책이었습니다. 물론 민중사관으로 씌여진 거꾸로 읽는 역사와 민중의 함성이나 세계사 편력같은 서적도 인기가 있었지만 우리시대의 철학, 노동자의 철학, 세계 철학사, 강좌철학, 사람됨의 철학, 철학사비판, 철학과 세계관의 역사, 철학문답, 철학사 비판, 모순과 실천의 변증법, 철학의 기초이론, 변증법적 지평의 확대... 등 수많은 철학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철학하면 관념철학만 있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마르크스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유물철학이 나오자 세상은 보는 눈, 노동을 보는 눈, 교육과 종교...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연관과 변화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관념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는 세상과는 한 차원 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된 게지요. 


유물철학으로 보이는 세상은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의식세계를 바꿔놓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필자도 철학이라는 책을 서가에 나오기 바쁘게 구입해 밤 잠을 설치며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당시의 경험과 투쟁의 현장에서 권력과 맞서면서 얻은 경험으로 판단컨데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우민화교육이라고 단정하고 싶습니다, 내가 누군지 공부는 왜 하는지, 왜 사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를 알도록 안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만 암기하도록 하는 교육은 우민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유럽의 교육선진국에서 필수교과인 철학을 우리는 채택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본의 시각, 독재권력의 시각을 갖도록 만드는 순치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지식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가치관이 달라 갈등이 그치지 않는 세상에 정말 반드시 필요한게 무엇일까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킨 현실을 분별하는 판단력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장님이 길을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학교교육을 사회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교과서만 암기하면 사회화가 될까요? 그래서 썼던 글입니다.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


2002.10.24


식민지 시대 해방을 주장하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다. 무력으로 주권을 빼앗고 백성을 종살이시키는 권력에 저항하는 선각자가 있으면, 식민지 종주국은 존립의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 시대 지식인은 권력의 주구가 되거나 민족해방을 위한 전사가 되는 길밖에 없다. 


당연히 식민지 시대 교육은 식민지 종주국에 복무하는 인간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식민교육은 인간을 각성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충견을 만드는 이데올로기 교육일 수밖에 없었다. 


독재권력 하의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독재정권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독재정권은 폭력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이 아니라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예스맨'이 필요할 따름이다. 독재권력은 민중들을 마취시키기 위해 교육 이외에도 드라마와 섹스와 스포츠를 이용한다. 


독재정권이 원하는 것은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다. 독재권력 하의 교육은 똑똑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순종하는 인간을 키운다. 교육과정도 당연히 관념적인 학문중심으로 짜여진다. 


벌(閥)이라는 문화도 독재권력 아래서 약점을 가진 패거리들의 공생을 위해 생존방식으로 뿌리내린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관념적인 윤리는 필요하지만 실천적인 철학을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철학이란 철학자가 한 말 몇 마디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학파나 외우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철학이다. 


철학이란 자아 정체성을 확인하는 학문이요, 인생관, 행복관, 국가관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허무주의나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 내가 귀한 존재이듯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시비를 알고 해서 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철학이다. 돈을 위해 양심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삶이 아니라 신념을 위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다. 


내 민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분단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 눈앞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감각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다는 것만으로 약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참뜻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철학을 배우면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자라지 않는다. 이해타산하고 배신하는 비겁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가 없다.


학교가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냉전시대는 체제수호 이념 때문에 관념철학은 가르쳐도 유물철학은 가르치지 못했다. 이념의 시대는 가고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했는데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맹종하는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인가? 


이성적인 인간, 합리적인 인간은 철학을 배우면서 각성된다. 옳고 그름이,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식인이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은 철학을 통해 배출된다. 


식민지 시대나 독재권력이 철학을 가르치지 않은 이유는 비판적인 지식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사회, 이성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냉철한 지식과 비판과 상호비판이 필요하다.


내 생각과 다르면 적으로 생각하고 붉은 색을 칠하는 흑백논리는 독재정권에서 필요했던 논리다. 학벌이나 혈연이나 지연으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발상은 디지털시대에 청산되어야 한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로 평가받는 사회는 이성적인 사회가 아니다. 공사를 구별 못하고 사회적 지위가 인간의 가치가지 결정짓는 사회는 청산되어야 할 사고방식이다. 실속은 없고 허세와 과장이 지배하는 사회는 사람다운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왜 국어, 영어, 수학인가? 왜 영어를 못하면 사람취급 못 받는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언어의 소통은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전망이다. 함수와 미적분이 모든 사람에게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 점수로 사람의 가치로 서열 매기는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수학문제를 잘 풀이하는 사람보다는 의리 있는 인간을 키워야 한다. 부모를 공경하고 역사와 민족 앞에 겸허한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사람보다 존경받아야 한다. 철학이 필수과목이 돼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인간을 키우는 교육을 그칠 때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옛날 썼던 글을 여기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02년 10월 24일 (바로가기 ☞) '학교가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 라는 주제로 쓴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입니다.



<출처 : http://chamstory.tistory.com/2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