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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홍욱 - 대통령에겐 대화가 선이다

irene777 2016. 4. 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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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겐 대화가 선이다


- 경향신문  2015년 4월 21일 -





▲ 안홍욱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



다시 또, 다들 대통령을 쳐다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직접적 이유는 4·13 총선 성적표 때문이다.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대통령 머릿속도 복잡할 것이다. 여당에 개헌선인 200석,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180석은 ‘희망사항’이었다고 해도 과반에 턱없이 모자라는 122석을 얻었으니 말이다. 명색이 ‘선거의 여왕’인데, 선거 닷새 전 빨간 옷 입고 충청도 다녀오고 통일부를 통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출을 공개했는데…. ‘이게 웬열?’


총선 다음날 아침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황망한 분위기야 알겠지만 “민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의례적인 반응도 없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대통령이 선거 닷새 만에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가 딱 그거였다.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한마디 덧붙인 말이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이다. 그래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는 생략됐다. 여당 내에서도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대통령은 늘 그랬듯 불리한 상황에선 말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지금껏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충실하게 했는데, 갈 길을 얘기해주지 않으니 ‘대략 난감’이다. 비박들은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토해내고 ‘진실한 사람들’은 뒤로 빠져 있다. 상황을 수습할 구심점도, 쇄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야당은 기세가 올랐다. 4월 임시국회부터 달라진 위상을 보여줄 태세다. 박 대통령을 향한 ‘묻지마 지지’를 보여줬던 보수단체조차 청와대에 공격을 가하는 지경이다. 2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은 31.5%로, 취임 후 최저점이다. 이제 뒤를 돌아봐도 남아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임기는 아직 1년10개월 남았는데, 레임덕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와 안보의 동시·복합 위기를 넘어, 지금 정권의 위기다.


국정운영의 토대가 흔들리는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박적박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등 손대는 일에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늘었다. 먹고사는 문제도 벅찬 국민의 상식과 달랐고, 민주국가 시민의 자존심을 긁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치의 기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총선 이후 야당과 국민이 대통령에게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있다. 대통령도 여소야대 정치 현실에서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먼저 여당과의 대화다. 지시하면 군말 않고 따라오라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국정의 동업자로서 얘기해야 한다. 야당과도 대화다. 그러지 않고선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은 없다.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따로 만난 것은 취임 47일 만인 2013년 4월12일이다. 초기 인사 실패에 따른 불통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는데 마지막 회동이었다. 야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한 적은 없다. 경제에 관심없는 듯했던 야당도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해 당장 경제위기 극복 대책기구를 설치해야 한다”(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며 ‘정책 1순위’로 경제 문제를 올리고 있다. 국민과도 대화다. 배우 송중기씨와 함께 한식 체험한다고 소통 행보로 여기질 않는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사과냐”고 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진정성 있는 소통 행보를 보이면 오만·독선으로 점철된 지난 3년 국정에 대한 각성으로 국민들은 바라볼 것이다. 지금 대통령에게 대화가 선(善)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212039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