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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재옥 - 사드 논쟁, 계속돼야 한다

irene777 2016. 8. 18. 01:41



[세상읽기]


사드 논쟁, 계속돼야 한다


- 경향신문  2016년 8월 1일 -





▲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사드 논쟁이 뜨겁다. 7월8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후 13일 경북 성주가 배치지역으로 확정되면서 반발과 저항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드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은 도움이 안된다”며 사드 불가론자들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수도권 방어 공백 문제가 제기되자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사드 이외의 대안이 있으면 제시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문제는 첫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같이 중차대한 국사에 대한 문제제기나 논의를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국민들의 뜻을 모아가면서 국사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도 있고 언론도 있다. 그런데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견 제시를 한마디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민선 대통령답지 않은 언행과 자세다.


둘째, 사드 이외의 대안부재론이다. 지난 3년 반 동안, 박근혜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막을 생각은 않고, 압박과 제재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리하고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커진 뒤엔 막상 사드밖에 대안이 없다고 한다. 안보는 군사와 무기로만 하는 게 아니다. 외교와 협상으로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가져오면 그것이 최상의 안보다. 그런데 예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마땅히 해야만 했던 대화와 협상은 일절 않고, 이제 와서 대안이 없으니 딴소리 말라니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 못하면서,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잡아끄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하게 생겼다.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 못지않게 중·러가 반발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핑계 대고 남한에 배치되는 사드의 일부분인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능력 때문이다. 한·미는 북한을 탐지하기 위해 600㎞ 탐지장비만 장착하기 때문에 중·러는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0㎞까지 탐지할 수 있는 장비로 바꿔 끼는 데 단 몇 시간이면 된다는 건 알려진 비밀이다. 2000㎞면 중국 대부분 지역과 극동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미국의 손바닥 안에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중·러가 사드 배치를 극력 반대하면서 군사적 대처까지 하겠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중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우리에게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드 배치는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에 우리가 편입되는 첫 단추다. 그럴 경우 우리의 군사적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다. 그래서 배치 이후가 더 큰 문제다.


박 대통령은 대안이 없으니 불필요한 논쟁은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제1야당은 신중론, ‘전략적 모호성’ 같은 야당답지 않은 언행으로 사드 논쟁을 피해가려 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여야, 진보와 보수를 나눠 생각할 수 없는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된 사안이다. 그래서 야당은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사드에 관한 궁금증을 풀고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국민들은 사드 배치의 부작용이나 문제점부터 정확히 알고, 사드 배치 이후 몰려올 국가 차원의 외교·경제·군사적인 불이익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뜻으로 사드 배치를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 자신과 그 주변은 사드 배치를 ‘신의 한 수’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드 문제로 동북아 국제관계가 요동치는 사이 북한은 그 틈새를 이용해 핵·미사일 능력을 키우는 시간을 더 벌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의 문제점이 이같이 크고 많기에 사드에 대한 논쟁은 필요하다. 미국에는 부차적인 이익이지만 우리에겐 핵심적인 이익, 즉 생존권을 양보하는 문제라서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사드 논쟁은 계속돼야 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012037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