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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남구 -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제 알겠다

irene777 2016. 8. 18. 02:52



[아침 햇발]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이제 알겠다


- 한겨레신문  2016년 7월 28일 -





▲ 정남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한국은행이 26일 2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이를 두고 “3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다”는 해설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좀 어색하다. 0%도 0.9999%도 ‘0%대’다. 4분기 연속 0.9999%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은 4%를 넘게 된다. 따라서 ‘분기 성장률 1%’를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2분기 성장률은 작년 2분기에 견주면 3.2%다. 꽤 높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분기 성장률과 함께 이를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도 발표한다. 2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연율로 치면 2.9%다. 이 또한 낮지 않다.


다른 경제지표도 수치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6월 실업률은 3.6%다. 이렇게 낮은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지만, 청년 고용률도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이다. 물가도 안정돼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0.8%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투자나 소비를 미루는 악순환도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계산한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 올랐으니 안정된 수준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우선 성장률을 보자. 2분기 성장 3.2% 가운데 절반(1.6%포인트)은 건설투자에 따른 성장이었다. 건설투자는 1분기에도 전체 성장률 2.8% 가운데 1.2%포인트를 차지했다.


분기점은 최경환 부총리가 2014년 7월 취임하면서 부동산 규제를 거의 풀어버린 뒤의 일이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지난해부터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고, 집값에 이어 전셋값이 미친 듯이 올랐다. 현재 진행형이다. 6월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 비율이 전달보다 낮아졌다는데, 여기엔 착시가 있다. 매매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0.54% 오르고, 전세지수는 0.24% 올랐다. 집값 상승세가 전세 상승률보다 가팔라 매매-전세 비율이 낮아진 것뿐이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내수침체가 굳어져가는 이유가 기업은 많은 돈을 벌고 가계는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소득 가계 환류’는 시늉만 내고, 그보다는 건설경기 부양으로 밀고 나갔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해 투자와 임금,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했는데, 의미있게 늘어난 것은 배당뿐이다. 배당 증가액이 임금 증가액의 7배에 이르렀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상장사 배당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가와 대주주의 몫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2%나 늘었다. 소비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의 효과가 컸다.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고용 사정을 보면 앞날은 부정적이다. 정부 목표엔 미달하지만 고용률이 올라가고는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성과는 아니다. 실업급여나 연금에 기대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선 일자리를 잃으면 임금은 제쳐두고 얼른 일자리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 하나를 줄이면 나쁜 일자리 두 개가 생겨나는 게 우리나라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시간제 근로자가 100만명 늘어나 223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75만원이다. 지난 6월 주당 18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는 125만명에 이른다.


‘헬조선’이란 비명이 곳곳에서 들리는데, 성장률도 그럭저럭 괜찮고, 실업률도 낮고, 물가도 안정돼 있다. 대통령이 보시기엔 좋겠다. 참으로 창조적인 경제 운용이 아닐 수 없다.



- 한겨레신문  정남구 논설위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43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