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 청문회에 바란다
- 경향신문 2016년 8월 26일 -
▲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진 지 9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여야가 백남기 국가폭력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니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남기 농민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찰의 물대포 사용으로 인한 고막손상 등의 부상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건 있었다. 과연 물대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소위 ‘직사살수’란 고압의 물줄기를 일직선 형태로 쏘는 것을 말한다.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경찰 물대포와 백남기 농민 간 거리는 20m, 물살 세기는 2800rpm이었다고 한다. 이런 압력의 물대포를 머리에 정통으로 맞으면 그 충격은 시속 160㎞로 날아오는 야구공에 맞는 것과 같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경찰청의 ‘살수차 운용지침’은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하여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 물대포를 쏘면서 이 규정을 준수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가슴 아래를 겨냥하더라도 넘어지면서 머리나 가슴에 맞을 수도 있고, 가까이 있던 다른 사람의 머리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에 집회 참가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데다 살수차 안의 작은 모니터를 보면서 살수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했다고 변명했다. 정말 그런 상황이었으면 직사살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다수가 모여 있는 곳에 시속 160㎞의 야구공을 마구 던지면서 잘 안 보였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이는 살인행위나 진배없다.
물대포로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음에도 경찰은 그저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강변한다. 작년 11월16일 경찰은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것을 “불상사”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살수차는 인권보호장비”라는, 경악스러운 발언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7월4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무려 징역 5년을 선고한 법원은 판결문에 이렇게 썼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인 백남기의 머리 부분에 직사살수하여 그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뇌진탕을 입게 하였고, 쓰러진 이후에도 그에게 계속하여 직사살수를 한 사실, 부상을 입고 응급차량으로 옮겨지는 시위참가자와 그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한 사실이 인정된다. 경찰의 이 부분 시위진압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
청문회의 가장 주된 목적은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경찰의 살인적인 과잉진압에 관한 진상규명이다. 이번 청문회는 집회참가 시민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법적 근거도 없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대포 직사살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국가폭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누가 명령했는지, 당시 상황이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험이라는 요건이 과연 존재하였던 것인지 등에 대하여 그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시민들의 평화적인 집회 권리를 폭도라 칭하면서 집회참가시민의 생명마저 유린한 경찰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매우 중요하다. 경찰의 폭력적인 과잉진압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부당한 경찰폭력에 대하여 경찰이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집회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 경찰책임자들은 청와대의 신임을 얻어 줄줄이 승진했다.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은 2014년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 과잉진압을 지휘한 인물이다. 이런 정치권력의 봐주기가 경찰폭력의 배후이기도 하다.
청문회에 바라는 세 번째는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에 관한 경찰의 과잉통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일부 폭력행위가 있다고 해서 집회 전체가 폭력집회로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그리고 집회를 해산하는 경우에도 물대포와 같은 물리력은 평화적인 집회참가자들에 대하여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사항이다. 이번 청문회는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어떻게 유린해 왔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 실상을 똑똑히 기억하면서, 경찰폭력을 청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26201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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