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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현익 - 민족의 미래 보장하려면 압박·대화 병행해야

irene777 2016. 9. 14. 01:58



[시론]


민족의 미래 보장하려면 압박·대화 병행해야


- 경향신문  2016년 8월 25일 -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이 한 번도 개최되지 못하고 남북 대화도 단절된 가운데, 북한은 세 차례의 핵 실험과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 능력을 고도화해 이제 핵 보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우리가 북한보다 40배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 남북관계가 단절되면 북한이 더 손해이고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권이 붕괴될 수밖에 없을 거라면서 북한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1년 반 남은 임기 중에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각오인데,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핵을 가져도 북한을 무시하는데 핵을 포기하면 더욱 무시당하면서 남한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더욱 핵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흔히 북한 체제는 개혁·개방을 하면 자유화와 시장경제의 물결에 휩쓸려 붕괴하고, 안 하면 경제 파탄으로 붕괴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도 대외전략에서 난관에 봉착한 것 같다. 북한의 선행동 없이는 6자회담을 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하다가 사실상 북한의 핵 고도화를 용인했고, 그 결과로 북한의 핵 보유가 임박하자 갑자기 안보 위기를 느끼고 미국의 종용에 따라 사드 배치를 수용했다.


그러나 그 후폭풍으로 그간 혼신의 노력을 쏟아온 대북 압박 국제공조가 기반부터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했다. 상책인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북한의 핵 고도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주적인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해 위기에 처하자 미국과 일본의 종용으로 사드를 선택했다. 그 결과 대북 제재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국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제재가 우리를 겨냥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의 대외정책 3대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도 모두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다. 더구나 한·미동맹이 반(反)중동맹으로 전환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중국이 향후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급변사태 시 원활한 수습, 통일 등 우리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에서 한국을 지지해줄지가 불확실해졌다.


물론 북한 체제의 모순이 심화돼 정권이 내폭된다면 북핵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도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최근 외교관 등 북한 엘리트의 탈북이 늘어 북한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위기가 임박했다고 보이지만, 북한의 탈북자 수는 2009년 2914명에서 작년에 1276명으로 급감했고 올해 들어 조금 늘어나고 있을 뿐이고 상류층도 김정은에게 반발하고 도전하기보다는 단순히 이탈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므로 엘리트 탈북이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고 예상하기 어렵다.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1%라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경제적 파탄이나 주민들의 집단 반발도 개연성이 크지 않다. 더구나 1980년대 말 동구 공산정권이 붕괴한 것이 보호국인 소련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면, 현재 북한의 보호국인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성장 중이므로 북한의 붕괴를 쉽게 막아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경시하고 북한의 선양보만 일방적으로 강요해 실패했다는 인식하에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중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강경해졌고 국가 안보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북한의 핵 무장이 임박하자 그간 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는 안타깝게도 미국에 더 의존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상호안보와 공동번영의 기조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선순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평화공존과 상호존중의 원칙에 입각해 남북 대화를 재개하고, 6자회담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협상을 동시 개최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핵 무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정작 핵미사일 억지나 방어에는 불충분한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보다는 한·미동맹 조약에 자동적 핵보복 조항을 보강하거나 한시적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같은 보다 확실한 핵 공격 억지책을 우선적으로 강구하되,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을 통해 안보 위기의 근원인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정부 정책에서 국가안보는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실패하여 진영적 외교를 펼치면서 국방만 강조하면 평화와 대박 통일은 더욱 멀어진다. 평화공존과 공영, 상호안보의 논리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해간다면 미·중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박 통일의 기반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252047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