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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부영 - 사드, 북핵 기정사실화…안보·경제위기 부른다

irene777 2016. 9. 14. 02:42



[기고]


사드, 북핵 기정사실화

안보·경제위기 부른다


- 경향신문  2016년 8월 22일 -





▲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박근혜 정권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동아시아 정세에 큰 파란이 일어났다. 파란의 중심 한국 입장에서는 점차 북핵은 해결 전망이 막히고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안보와 경제위기에 국론분열까지 중첩하고 있다.


2008년 이래 미국은 북핵협상을 방치한 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 정책’, 다시 말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에 몰두했다. 협상이 단절되자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봉쇄가 이어졌지만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고 핵개발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협상이 진행될 때에는 북핵의 축적과 고도화는 저지될 수 있었다.


2015년 해방 70주년, 미, 중 사이에서 처신하기 힘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9월3일 중국의 항일 전승절 기념식장인 톈안먼 사열대에 올랐다. 시진핑, 푸틴과 함께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는 박 대통령의 힘든 외교행보를 한국 국민들은 아슬아슬한 심경으로 바라봤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국 국민의 의사와는 동떨어진 ‘12·28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가 미국의 중재로 갑자기 발표되자 한·미·일을 한데 묶는 숨 가쁜 막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됐다.


2016년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7월10일 아베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시점에 미국은 한국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우려하여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한국 정부도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돌변했다. 사드 배치 수용이 한국에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선택인지 박근혜 정권에 깊은 고민이 과연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결정은 북한의 첫 핵실험과 일본의 전쟁국가화를 넘어서는 충격을 동아시아에 던지고 있다. 미 양국은 사드 배치가 몰고올 파장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첫째, 성주 군민을 비롯한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북핵 위협에 불안해하는 한국 국민은 한·미 양국 정부가 무슨 대응조치를 취해도 반대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오판했다.


둘째, 한국의 정부 책임자들은 거짓말을 하고도 시정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국 배치 사드는 미국의 세계적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북핵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 방어용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 본토와 주한·주일미군을 방어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고 한국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수도권은 제외되고 있는 것이 실상이었다.


셋째,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과 러시아의 아시아 핵미사일 기지를 감시함으로써 중·러와 미국의 전략핵균형이 무너진다고 두 강대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 MD의 전초기지인 한국 사드는 유사시 선제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째, 사드 배치는 미·일·한과 중·러·북으로 대치하는 동아시아 신냉전체제가 전열을 일차 정비했다는 것, 최전선 한반도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러나 지적되어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 6자회담, 남북대화의 채널이 가동되지도 않은 채 사드 배치, 북핵의 기정사실화로 달려가고 있는 현실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월 제안한 현재의 북한 핵활동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중지의 교환,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협상안은 사드 한국 배치를 필요 없게 만들 만큼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대북 제재와 봉쇄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사드 배치로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와 이탈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이탈은 북핵 폐기와 대북 봉쇄라는 목표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핵의 미래, 한반도의 안보위기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다. 사드 배치를 저지할 수 있느냐 여부에 북핵 해결의 미래가 걸렸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제기되어야 할 과제는 동맹의 이익과 한국의 국익의 문제다. 박근혜 정권은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강조해왔고 미국과 일본은 사드 배치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 나라 정부는 제재와 봉쇄에만 관심이 있지 북한 비핵화 방안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한·미·일 공조만큼이나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우리의 국익을 해치고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필자는 지난 71돌 광복절 전후 더운 날씨 속에 열린 시민사회의 집회들에 참석했다. 사드 배치 반대, 남북대화 요구, 한반도 평화수호 등 여러 주장에 공명했지만 북한 핵폐기 요구가 나오지 않은 것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세계의 진보진영, 평화옹호세력에는 보편적 원칙이 있다. 반전, 반핵 그리고 평화옹호가 그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에 침묵하면 일본의 핵무장과 한국의 핵개발에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의 종북 이념공세에도 대꾸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북핵이 사드 배치의 직접적 구실이 되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22203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