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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병규 - 우병우 구하기, 과연 성공할까

irene777 2016. 9. 14. 03:03



[세상읽기]


우병우 구하기, 과연 성공할까


- 경향신문  2016년 8월 19일 -





▲ 백병규 

시사평론가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대신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정조준했다.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국기 문란 행위라면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수석을 수사의뢰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감찰 결과에 관계없이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검찰이 수사해야 할 대상은 ‘우병우’가 아니라 ‘이석수’라는 것이다. 검찰 들으라고 한 소리다.


‘청와대 입장’은 물론 검찰용만은 아니다. 우병우 수석의 퇴진을 요구해왔던 야당과 언론은 물론 새누리당 안의 퇴진론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병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무척이나 머쓱하게 됐다.


새삼 우병우 민정수석의 파워와 존재감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른바 보수언론들까지 모두 퇴진을 요구하는 마당에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가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감찰 결과는 묵살하고, 되레 특별감찰관을 수사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 또한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일 터이다.


박 대통령은 왜 그렇게 ‘우병우’ 지키기에 열심일까? 우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한 번 등용한 사람은 어지간해선 내치지 않는다. 괜찮다 싶으면 두 번, 세 번도 기용한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3번째 중용이다. 그만큼 인재 풀도, 신뢰하는 사람도 적다. 또 ‘자신의 사람’이다 싶으면 어지간한 흠결은 문제가 안 된다. 우병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매 특혜 의혹이나 화성 땅 상속세 등 탈세 의혹,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 등은 별문제 될 게 없다는 투다.


현실적인 셈법도 있을 터. 검찰과 경찰 등 사정라인을 꽉 틀어쥐고 있는 민정수석의 역할은 레임덕을 우려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요한 자리다. 권력 유지와 정국 운영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누구보다도 믿을 만한 ‘자기 사람’이 필요한 곳이다. 우 수석이 바로 그런 존재일 수 있다.


새누리당은 마침 자신의 복심이라고 하는 이정현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 4·13 총선 패배로 정국 운영의 동력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정국을 끌어갈 만한 내부 진용은 얼추 갖춘 셈이다. 그런 마당에 권력 운용의 핵심축인 사정라인의 사령탑을 끌어내리려 하니 쉽게 응할 리 없다.


박 대통령 특유의 오기와 위기의식도 작용한 듯싶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눈곱만큼도 용납하지 못한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은 말할 나위가 없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지목해 쳐낸 것이 단적인 사례다. 우병우 수석 일가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대표적인 보수신문. 박 대통령으로서는 보수진영 내부에서부터 자신의 권력 기반을 허물려고 하는 정치적 공세가 시작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4·13 총선 패배에 대한 친박책임론이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누설 의혹 공세는 야권뿐만이 아니라 여권과 보수진영 내부의 이른바 비박 세력에게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여차하면 권력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으름장이기도 할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그 본보기로 삼을 요량이다. 보수언론과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과연 우병우 수석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 점에서 과연 박 대통령이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 구하기에 집착할수록 가장 먼저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체제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정현 대표의 화려한 개인기와는 무관하게 우병우 쟁점은 새누리당과 이정현 체제를 청와대만 쳐다보는 ‘해바라기당’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트릴 것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또다시 정권의 명운을 검찰의 손에 맡기는 결정을 한 꼴이 됐다. 적어도 특별감찰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지만 않았더라도 우병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개인적인 치부와 비리 문제로 국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차원이 달라졌다. 정권의 명운을 검찰 손에 맡긴 모양새가 됐다.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는 과연 누가 서게 될까. 검찰의 위상과 독립성 또한 같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정권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192056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