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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무진 - 한반도의 전쟁터화를 우려한다

irene777 2016. 10. 20. 14:36



[시론]


한반도의 전쟁터화를 우려한다


- 경향신문  2016년 9월 27일 -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근 한반도 상황이 매우 위험한 전장화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은 확장억지의 일환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켜 군사분계선 근접 시위 비행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10월에는 한·미 공군이 중심이 되어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라는 대규모 다국적 공군훈련이 예정돼 있다. 작금에는 선제타격·군사공격 논의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문제가 과격화·국제화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중·러는 자국의 안보이익 침해라며 대항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도 한·미·일과 중·러가 맞서며 쉽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는 남북한이 주인이 돼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전장화의 상황에서 한반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을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전략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미·중간의 전략적 이해에 따른 경쟁과 대립이 정리되기까지는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오늘의 한반도는 미·중의 갈등 속에 놓여 있다. 미·중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현상유지에 안주할 것이다. 북핵 및 사드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북한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편승하며 대립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동북아 국가들 간 군비경쟁은 확대될 것이고, 이는 한반도와 그 주변을 상시적 전장화로 이끌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북한은 역내 악화 일로의 환경에서 주변 정세 변화를 적극 활용하며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시킬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의 개입을 강화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한동안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의 강력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참여자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한반도에 갖는 미·중의 이해관계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미·중의 영향력을 감소시켜나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에 관한 현실적 논의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우선 핵동결을 시작한다면 단계적 해결 로드맵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제재와 협상은 어느 하나 쉽게 버리기 어려운 카드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벌을 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제재라는 카드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국과의 협상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제재·압박과 협상·협력이라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를 추구해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의 악화가 만연돼 구조화된다면 새로운 해결의 틀을 만들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전장화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선택지가 무력 동원만 남게 된다면 이후 상황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우리가 주도하고 남북이 함께하는 틀과 길을 마련해 주변의 영향력을 줄여나간다면 한반도 평화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72035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