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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소구 - 원전 근처 활성단층, 제대로 조사해야

irene777 2016. 10. 20. 16:46



[기고]


원전 근처 활성단층, 제대로 조사해야


- 경향신문  2016년 9월 26일 -





▲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




▲ 그림 : 속도 와 밀도 단층촬영 (토모그래피)에 의한 걍주-울산단층의 발견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규정에 의하면 원전부지에 16㎞ 길이의 활성단층이 있으면 원전을 지을 수 없고, 부지에서 32㎞ 이내에 활성단층이 있으면 원전 건설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주에서 30㎞ 이내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IAEA 규정 위반이며 부적격 지역에 건설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16㎞의 단층이 운동해 지진이 발생하면 대략 규모 7.0이 되는데 만약 경주·울산에 상부 단층 70㎞와 하부단층 80㎞가 전부 단층활동을 한다면, 엄청나게 큰 규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층운동은 단층 전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고, 어느 특정 부분에서 일어나는 파열과 마찰 운동이기에 실제 활성단층 길이는 작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활성단층의 발견과 지진위험을 재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진의 예측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다. 실제 우리가 볼 수 없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히 밝히는 것은 학문 중에서 가장 어렵지만, 흥미있는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에게 자연재해가 얼마나 큰 위험이고, 동시에 대비해야 할 재난인지를 일깨워줬다. 특히 지진·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지켜보며 우리 국민들은 그간 무심했던 원전의 가공할 위험을 목도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울진, 월성, 고리, 영광 네 군데에 포진해 있다. 특히 경주 부근에 있는 월성원전은 1976년 1월 착공해 40년 넘게 운영해 왔다. 또 주변에 방폐장 건설 등으로 지진과 그 피해로부터의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이번에 발생한 경주의 다발적 지진을 통해 원인을 크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주변 지역인 한반도 등의 응력균형의 변화와 이 지역에 새로운 활성단층의 움직임이 시작됐고 본다.


필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진파물리연구소와 중국 난징 지진연구소가 공동 연구로 도출한 결과의 토모그래피(단층촬영)를 얻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 1997년 6월26일 발생한 경주 지진을 중심으로 울산까지 활성단층을 조사한 결과, 울산에서 경주에 걸쳐 지하 10㎞ 지점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말하는 단층은 대개 노두단층으로 표면에 있는 것이다. 양산단층이라고 불리는 것은 지표면상의 단층구조를 말하나, 이번 지진과는 실제 관계가 없어 보인다. 울산에서 울진까지 단층촬영방법인 3차원 속도 토모그래피와 부게중력 토모그래피 결과 두 개의 활성단층으로 보이는 저속도층과 저밀도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이 특수한 부분이 원생수와 단층작용으로 주변보다 속도와 밀도가 낮은 물성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단층과 함께 있는 물은 지진이 발생할 때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상 단층과 물은 함께 존재한다.


1997년 6월26일 경주에서 규모 4.2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은 양산단층을 비롯해 여러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판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전진 5.1, 본진 5.8 그리고 일주일 뒤 4.5 규모의 여진이 420여차례 일어났다.


이들 지진원의 깊이는 처음 두 지진은 지하 10㎞, 19일 일어난 지진원의 깊이는 6.9㎞로 밝혀졌다. 만약에 지금처럼 420여차례의 여진이 없이 큰단층길이에서 한두 차례 큰 지진으로 에너지를 방출했다면 이 지역은 매우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지진 규모 6.5에 맞추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초창기 자료와 기술 부족으로 실질적인 조사나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준을 가져다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부지별 내진설계치를 살펴보면 고리·월성·영광·울진 원전 네 곳 모두 최대지진지반가속도 설계치가 0.2~0.25g(그래비티)이다. 최대지진지반가속도는 지진에 의해 지반이 흔들리는 가속도의 값을 의미하며 단위 g는 중력가속도, 즉 지진 발생 시 건물이 받는 영향을 말한다.


그러나 일정한 지진 규모가 문제는 아니다. 원전에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활성단층이 있는지 그리고 그 활성단층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가 원전 내진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교과서적으로 규모를 명시하고 최대지진지반가속도가 0.2g 혹은 0.3g에 맞추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진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활성단층을 찾을 수 있는 고해상도 토모그래피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지역지반의 물성과 유사지진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개발·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진 전문가들이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며 경쟁할 수 있는 국가지진연구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또한 지진연구는 북한 핵실험의 탐지와 정밀분석 등 국방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6212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