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이재영 - 박근혜 정부, 평화안보로 전환해야

irene777 2016. 10. 20. 16:23



[기고]


박근혜 정부, 평화안보로 전환해야


- 경향신문  2016년 9월 23일 -





▲ 이재영

전 경남대 교수 (군사안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 속에 서로가 약속을 지킬 때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다”로 압축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일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화 정책의 교집합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봉쇄와 군비경쟁을 통한 안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존속이라는 안보의 제1차적 목적으로부터 멀어지고,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제2차적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라도 평화안보로 방향을 전환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결의 2270호’를 주도했다. 게다가 지난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남북한 간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었다. 제5차 핵실험 이후에도 대응에는 변함이 없다. 안보리의 결의와 관련해서 ‘결의 2270호’에 담지 못한 내용,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부족한 점, 새로운 제재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핵무기 사용 징후 시 평양을 정밀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개념을 내놓았다. 13일과 21일에 이어 10월 초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군비경쟁도 계속된다. 2013년 6월19일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170발을 3800억원에 구입해 2016~17년에 순차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2013년 11월22일 F-35A 40기를 대당 약 1200억원에 구매해 2018년 도입하기로 했고, ‘대량응징보복’을 위해 20기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핵공격 전 상대의 핵기지를 무력화하는 킬체인의 타격무기이다.


문제는 울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한 후속대책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의 2270호’가 유엔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북·중 무역의 2016년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게다가 제5차 핵실험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에 나올 결의안에는 ‘결의 2270호’가 배제한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의 인도적 활동까지 금지할 수 있다. ‘대량응징보복’ 개념에도 북한의 반응은 달라진 게 없다. 북한의 핵무기에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로 대응해 나가면, 북한은 SLBM 실험을 하고 우리는 미국의 핵잠수함 배치를 추진한다.


무엇보다 현재 대북정책이 핵전쟁을 철저하게 막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대립관계가 지속되고 군비경쟁이 한계점에 이르면, 그만큼 핵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사지에 몰린 북한의 상황, 최고 통치자의 욕심이나 오판, 핵무기 관리체계의 부실 등으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 시 모든 핵무기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10여기의 핵무기 중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로 9기를 막아낸다고 할지라도, 1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 국민은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되며 국토는 초토화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사실상 무대책 상황이다. 기껏해야 내외부로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김정은을 두고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라고 비난한다. 사드를 반대하는 야당을 대안 없는 집단으로, 국민을 ‘불순세력’과 ‘사회불안 조성자’로 몰아간다. 대화와 협상의 배제로 정책수단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제 실패를 인정하고 평화안보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대외 개방을 주도해야 한다. 보상을 통한 군비통제를 통해, 핵무기 관리 및 개발 중단에서 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새롭고 엄청난 성능을 지닌 장난감이 어린이의 모든 관심을 흡수한다는 평범한 진리만 깨우치면 된다. 경제적, 기술적 지원이 바로 그러한 장난감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32116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