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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현숙 - 조윤선 장관, 위안부가 불편한가

irene777 2016. 10. 20. 17:03



[아침을 열며]


조윤선 장관, 위안부가 불편한가


- 경향신문  2016년 9월 11일 -





▲ 송현숙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제124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에 나선 김복동 할머니는 목이 메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박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 잘못이라요. 할머니들 한을 풀어달라 했더니 대통령이 100억원에 할머니들을 팔았다꼬.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3년 전 이 무렵 김 할머니는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특별세션에서 “그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일주일 후 여가부는 추석을 앞두고 조윤선 장관의 위안부 할머니 방문 소식과 함께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명확히 알리기 위한 자료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전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두 방문한 조윤선 장관에게 할머니들은 두 가지 바람을 쏟아놨다. 가해 당사국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싶다는 것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켜달라는 당부였다. 조 장관은 이를 이뤄드리겠노라고 했다.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흩어져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을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도 약속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여가부 장관, 정무수석에 이어 현 정부 세 번째 요직이다. 조윤선 장관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신에겐 어떤 존재인가.’


여가부 수장으로서의 조 장관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장관 취임 석 달 후인 2013년 6월부터 11개월간 전국의 위안부 할머니 50분을 일일이 방문했다. 할머니들의 어깨를 안마하며 귀 기울이는 사진은 보도자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2014년 1월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을 돌며 협조를 당부했다. 유럽의회에서 정서운 할머니의 육성증언을 담아 만든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가 상영됐고,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의 등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지원도 호소했다. 위안부 할머니 지원은 여가부 장관 ‘조윤선의 대표 브랜드’였다.


이후 2014년 6월부터 1년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조윤선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은 잊혀진 존재였던 것 같다. 안신권 나눔의 집 대표는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이 정무수석이 된 만큼 상황이 더 좋아지리라 기대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엔 문체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문체부 장관 조윤선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은? 현재까지 보인 모습으로는 곤혹스럽거나 불편한 존재인 것 같다.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심에 찬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는, 극히 형식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대체 지난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일본 아베 총리와 만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강경했던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가장 큰 변화다.


정부가 위안부 문제 종료를 선언한 마당에 현 정부에서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할머니들의 다른 한 가지 바람은 ‘역사가 기억하는 것’이다. 마침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약속했던 조 장관이 등재 업무와 관련이 깊은 문체부 수장이 됐다.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이 꺼낸 말을 마무리짓는 일이다.


지난 7일 김복동 할머니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앞으로 우리 2세들이 다시는 우리들과 같은 일이 안 나도록 하기 위해서 끝까지 우리는 싸워서 일본한테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을 믿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청중들이 화답했다. “할머니의 문제 올바르게 정의롭게 해결될 때까지, 할머니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조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위안부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독자적 신념이 있는가, 아니면 대통령 의중만을 살피는 ‘박근혜의 여자’일 뿐인가.


농림축산식품부와 문체부는 지난 6월 한식문화 유네스코 등재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적어도 조윤선의 문체부는 한식보다는 위안부 등재 지원에 총력을 펼쳐야 한다. 할머니들 가슴에 두 번 못을 박지 말라.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11210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