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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AL후진논란과 찌라시 정국의 매뉴얼

irene777 2014. 12. 11. 01:15



KAL후진논란과 찌라시 정국의 매뉴얼

세월호 참사로부터 교훈을 배우라


진실의길  장유근 칼럼


2014년 12월 9일 -






“비행기 비지니스석(席)은 어떤 곳인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대기중인 대한항공(KAL) 비행기 한 대가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든 생각들. 커다란 쇳덩어리가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고 나가면서 하늘로 치솟을 때는 말 그대로 '비행기 태우는 기분'으로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명품이자 과학이 집대성된 산물. 한 때 수 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만 당도할 수 있던 지구반대편까지 하루 반나절이면 이동하게 해주는 신기한 수송수단이다.


필자 앞에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 대한항공의 보잉기 한 대는 우리를 인천공항에서 시드니까지 논스톱으로 실어다 줄 비행기였다. 파타고니아 투어의 시작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날 우리는 대한항공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게 됐다. 긴 시간의 마일리지가 적립된 탓일까. 비행기 탑승 직전에 대한항공은 우리 부부의 이름을 호출한 후, 이코노미로 예약된 좌석을 비지니스석으로 교체해 준 행운이 기다린 것. 깜짝놀랬다.



비행기 비지니스석은 어떤 곳인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잠시 바뀐 뱅기표를 들고 안내를 받은 곳은 늘 지나치고 말았던 비지니스석이었다. 비지니스석에 앉아 여행을 해 보지 않은 분들은 말로만 듣던 비지니스석이 어떤 곳인지 매우 궁금할 것. 우리가 인천공항-시드니공항까지 체험한 비지니스석은 한마디로 “굿~”이었다. 우리가 지구반대편의 남미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이코노미석의 불편을 한 방에 날리는 것.





이코노미석에서 차렷자세(?)로 1박 2일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좌석에 앉자마자 위스키를 주문해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킨 후 취기로 도착지까지 간 적도 있다. 그런데 비지니스석은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지않을 정도로 편안한 곳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승무원들은 이코노미석의 서비스와 달리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거의 꿇어 앉아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황제처럼 모시는 곳.


목소리도 나긋나긋 표정은 우아 우와…! 기내식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준비된 곳이었다. 비지니스석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는 곳. 그런데 쉽게 잠이 오지않는다. 보통 사람들이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탈 수 없는 공간. 비지니스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을 보니 차림이 비교적 넉넉해 보이는 것. (그만한 비용을 지불했겠지만)이곳에선 무엇 하나 불평을 할 게 없고 황송함만 깃든 곳이랄까.



대한항공 후진 논란의 발단과 과정


그곳에서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논란이 일어날줄이야. 그것도 참하게 생긴 대한항공 조현아(40. 아래 사진) 부사장으로부터 말이다. 논란의 실체가 궁금해 보도를 살펴보니, 대한항공 후진 논란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는 사건 발단과 과정 등을 이렇게 보도하고 있었다.


“한 승무원이 다른 일등석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조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의 일종) 서비스를 위해 “드시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지며 갑자기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답하자 조 부사장은 매뉴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조 부사장의 고함에 승무원 사무장이 매뉴얼을 보여주려고 태블릿피시를 들고 왔다.


그러나 조 부사장의 고함에 놀라서인지 사무장이 태블릿피시의 암호를 풀지 못하자 조 부사장은 승무원 대신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조 부사장의 고함이 얼마나 컸는지 일등석 뒤로 붙은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다. 당시 일등석에는 조 부사장을 포함한 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은 뒤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로 돌아와 마카다미아넛을 종지에 담아 제공하게 되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 부사장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넛을 갖고 왔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사무장에게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오도록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객실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사무장을 내리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41208080008700>



승무원의 과잉친절이 불러온 논란?


조 부사장의 지적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객실 매뉴얼에 따라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면 승무원이 질책을 받을 수도 있을 것. 더군다나 그녀는 대한항공 부사장일 뿐만 아니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이로, 이 분야의 임원직(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을 꽤 오래 지낸 베테랑이었다. 따라서 기내서비스의 퀄리티 등 서비스에 대해선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하필이면 이날 한 승무원(사무장)이 조 부사장의 눈에 잘못 걸려든 것이랄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승무원이 잘못하면 질책 등을 통해 바로 잡으면 됐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한 조치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 그녀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아마도 이랬을까.


“승무원, 이거 뭐하자는 거야. (비행기도 이륙 안 했는 데)누가 이런 거 하랬어? 그것도 비지니스석에서 말이야. 누구 한테 이런 거 배웠어? 당장 내렷…!”


현장에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조 부사장의 꾸짖음은 대략 이랬을 것 같기도 하다. 비지니스석에서 나름의 규정대로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면 승객의 입장에서는 '꿈같은 설렘'이 잠시 깨질 수도 있을 것. 그런데 관련 보도를 살펴보고 있자니 승무원이 1등석에 탄 '대한항공 부사장'의 정체를 미리 알아보고 과잉 친절을 베푼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예컨데 탑승객 수속 과정으로부터 조 부사장을 잘 챙겼드리라는 귀띔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 당시 승무원이 “부사장님의 속뜻을 몰라뵈었습니다”라고 했다면 상황이 반전됐을까.



세월호 참사로부터 교훈을 배우라


비행기가 꾸역꾸역 활주로를 향해 이동하던 중 후진(?)을 한 게 그만 화근으로 작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 그런데 보도 중에 석연치 않은 내용이 발견됐다. 대체로 기내 서비스는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을 하고 이륙을 한 다음 정상 고도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시작될 텐데 그 부분이 생략된 게 눈에 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셈이다. 조 부사장과 승무원의 논란은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때부터 객실서비스가 시작되는 곳이 1등석이란 말인가.


요즘 대한민국의 중심에서는 박근혜의 밤의 비서실장으로 불리우는 정윤회에 관한 문건 유출에 따른 ‘찌라시 논란’이 한창이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둘러대는 나쁜 습성들 때문에 스스로 ‘찌라시 정권’으로 자청하며 추락하고 있는 것. 찌라시 정국의 핵심은 박근혜였으며 수 많은 논란 가운데서 나라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반드시 부족한 게 있다면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인 예였다.


아울러 금번 발생한 청와대의 찌라시 사태를 살펴보면 ‘찌라시와 공공기록물’ 조차 분간하지 못하거나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 찌라시 정국에서 대서특필된 대한항공 후진 논란은 사실 여부를 떠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회사와 사회 그리고 정부는 권리와 의무 등이 포함된 표준화된 매뉴얼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행기 혹은 선박이 이륙하거나 출항한 다음에 일어나는 문제는 모두 특정 회사와 자국의 이미지로 귀결된다는 것.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배우라. 아무 때나 발끈할 일이 아니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5&table=dream_jang&uid=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