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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슈퍼갑 회장 ‘딸’ vs 청와대 슈퍼갑 ‘진돗개’

irene777 2014. 12. 11. 01:29



슈퍼갑 회장 ‘딸’ vs 청와대 슈퍼갑 ‘진돗개’

대한항공 슈퍼갑의 횡포에 묻히는 청와대 십상시 논란


진실의길  임두만 칼럼


- 2014년 12월 9일 -




항공기가 활주로로 가던 중 탑승구로 돌아가는 ‘램프리턴’을 한다? 램프리턴은 보통 주인 없는 화물이 실렸거나 기체 이상이거나 기내에 환자가 발생하는 등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슈퍼갑인 여자는 자신에게 서비스를 한 과자가 봉지째 나왔다고 비행기를 돌렸다. 대단하다. 과자가 봉지째 나오는 것이 승객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오늘 나는 다시 배운다. 특히 이 여자의 슈퍼갑질이 전국적 문제를 일으키자 대한항공은 전 회사적으로 이 슈퍼갑 여자의 갑질을 옹호하느라 바쁘다.


대한항공측은 “(승무원이 내린 것은) 조현아 부사장 지시가 아니라 기장과 협의된 사항”이라며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나갔다 돌아온 것이 아니고 비행기가 탑승구에서 토잉카(항공기 유도차량)에 의해 8미터 정도 나갔다가 기장의 지시로 다시 토잉카에 의해 탑승구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젠 또 이런 회사측 발표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 반박글이 올라와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오늘(8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게시판에 ‘07사번 부기장’의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 따르면 회사측의 “기장과 협의 하에 기장 결정으로 푸쉬백 했다는 것은 언론 플레이”라며 협의한 녹음된 파일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또 ‘시일야 방성대곡’이라는 등록자는 ‘이번 사건은 거의 참사수준’ 이라고 언급하면서, 리턴한 기장에 대한 질타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임원이 (격이 다른 임원, 임원도 다 같은 임원이 아님) 이유야 어찌되었든 도어가 클로즈 되고 푸시백한 항공기를 다시 게이트 리턴 시키라는 말에 리턴한 기장의 과실도 작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전제한 뒤, “자신도 회사의 녹을 먹는 종사원으로서 같은 처지에 처했을 때 거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다른 게시자인 ‘로열패밀리’라는 직원은 아예 제목에 ‘이 건 무슨 개 같은 시츄에이션…’이라고 씀으로서 회사의 변명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런데 이 글에서도 회사 내 슈퍼갑의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은 결국 항공기의 운행 결정을 기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슈퍼갑 임원들이 하고 있다고 고백함이다. 즉 그동안 진행되었을 이 회사 슈퍼갑들의 횡포를 가히 짐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잘못했으면 쿨하게 유감 발표하면 될 것이지, 이딴 식으로 해당편 기장님께 떠넘기나? 과연 우리 중에 Push back 중에 이런 연락 받으면 걍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일 무시하고 그냥 출발해서 왔다면, 과연 귀국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최소한 그래도 DDA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일은 막았겠네요 헐~~~”라는 글이 눈길을끈다.


이는 슈퍼갑 여성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냥 이륙했다면 귀국 후 기장은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는 암시다. 따라서 대한항공 측의 “기장과 협의된 사안”이라는 해명은 기장을 협박하여 리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로 읽히기 때문이다. 진정 무서운 슈퍼갑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특별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대한항공 슈퍼갑의 횡포에 묻히는 청와대발 십상시 논란


그런데 이 뉴스는 실상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을 묻히게 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지난 12월 2일 정윤회씨는 JTBC와 인터뷰 도중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하면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냥개가 돼 스스로 숨어 지냈는데, 이제는 진돗개가 돼야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딱 5일 만에 대통령의 입에서 바로 진돗개가 실세라는 말이 나왔다. 물론 이 두사람이 언급한 진돗개는 전혀 다른 뉘앙스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진돗개인가에 다다르면 이 두 사람은 어휘를 구사하는 방법도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과민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갑자기 진돗개가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정씨는 이미 오래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역대 정권의 친인척 관리를 보고 지만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요즘 뉴스메이커인 3인방에 대해선 “3인방은 실세가 아니라 그냥 내 비서관”이라며 “실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다음에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는 말을 농담 비슷하게 했다고 한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5일 전 이 사건 당사자로서 모든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진돗개가 돼야겠다”고 한 말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두 사람의 비유를 이으면 대통령은 “정윤회가 실세”라고 인정한 꼴이 된다.


그래서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세상에 대통령 보다 더 실세인 진돗개도 있고 이륙하려는 비행기를 돌려서 세우고 사무장을 내리게 할 수 있는 슈퍼갑인 여자도 있다. 그리고 이런 슈퍼갑들의 갑질에 오늘도 힘없는 '을'들은 살아남으려고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슈퍼갑의 눈치를 봐야하는 ‘그냥갑’쯤 되는 회사가 이 땅 ‘을의 대명사 지역인 전라도’를 차별하면서 이 지역 출신들은 직원으로 지원도 할 수 없다고 하더니 오늘은 진짜 슈퍼갑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막 나가야 사람사는 세상이 될까?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서글픈 하루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