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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의 3인방 의존도 정상이 아니다” - 이상돈 교수

irene777 2014. 12. 16. 01:52



<이상돈 교수 인터뷰>


“대통령의 3인방 의존도 정상이 아니다”


- 시사IN  2014년 12월 11일 -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정부 탄생의 공신이다. 

대선 캠프에서 ‘문고리 3인방’의 위세를 겪고 이들을 공개 비판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는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요 공신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위기에 몰렸던 2012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를 일궈냈다. 


이 교수는 비대위의 ‘투 톱’ 격이던 김종인 전 장관과 함께 대선 캠프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문고리 3인방’의 위세를 직접 체험하고, 비대위원단 명의로 이들을 공개 저격하는 데 앞장섰다.


일련의 과정을 꿰뚫고 있는 이상돈 교수를 12월4일 1시간 동안 만났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정윤회나 비선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 교수는 “이러다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까지 동반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 이상돈 교수는 “캠프에서 인혁당 문제에 대해서 공식 기조를 정했는데 어딘가에서 

뒤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대통령이 공적 시스템으로 통치하는 걸 어색해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사적으로 편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닌가?

그런 단점은 알았지만 고칠 방법이 없잖은가. 김종인 전 장관이 그런 말을 했다. 말을 개울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순 없다고. 이번에 그걸 잘 보여준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탁월한 리더십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익 추구를 하지 않고 정갈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주위 사람들이 잘 보좌해서 해보자는 거였는데, 대선 본선 과정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겠다고 느낀 거다. 우리가.


계기가 있었나?

박근혜 후보가 2012년 9월10일 “인혁당 사건은 두 개의 판결이 있다”라고 했을 때 크게 충격을 받았다. 대선 때 예상 질문지 사십몇 개를 내가 책임지고 의견 조율해서 만들었다. 거기에 인혁당 문제도 있었는데, ‘불행한 역사다, 잘못을 바로잡겠다, 반성한다’ 뭐 이런 답변으로 정리가 됐다. 그러니까 그게 공식 기조였다. 우리가 2007년 캠프 판단까지 확인해봤는데 당시에 장준하 선생 부인도 만나서 사과하고 그랬다. 그러니 이 정도 선이면 무리가 없는 거였는데, 그게 어딘가에서 뒤집혔으니 쇼킹했던 거다. 그래서 우리(비대위원들)가 문고리 권력 비판도 한 거 아닌가. 김무성 선대본부장이 새로 오고 어찌어찌 봉합되나 했더니, 10월에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개인소유가 아니라 공익재단이다”라고 해서 또 난리가 났다. 이 사람은 안 바뀌는구나, 이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건가 했는데, 그때 걱정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문고리 3인방 중 메시지 담당은 정호성 비서관이었다. 정 비서관이 뒤집은 건가?

그런 얘기가 많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고. 미스터리다 거긴.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수석비서관회의 자체가 뉴스가 되는 것도 희한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이러지 않았다. 수석비서관이 직보하고 그랬다. 장관과 수석비서관이 같이 회의하고 대통령도 끝까지 토론하고. 그런 시스템이 다 후퇴한 거다.


대통령 본인의 성격 문제일까?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평도 많은데.

이분이 많은 사람과 둘러앉은 자리에서 토론하는 걸 불편해하더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논란은 뿌리가 최태민에게까지 닿아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미 이 문제가 불거졌다.

비서관 세 명에 대한 의존도가 정상이 아니다. 비선도 아니고, 내가 집사라고 표현했다. 그 사람들이 정 편하고 써야겠다 하면, 청와대 살림이나 일정 수행이나, 이런 지근거리 보좌역을 맡긴다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집사한테 국정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어디 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니까 할 말이 없는 거다.


임기 중에 위기가 오면 대통령이 다시 한번 비대위 멤버들을 찾을 거라는 생각도 했나?

저런 식이면 위기는 무조건 오게 되어 있고, 그러면 국정 쇄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마지막 기회라고 할까. 세월호 때는 실제로 이런 국면이면 김종인·이상돈을 써야 한다는 제안도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나나 김종인 전 장관이나 자리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그게 무서운 거다. 자기들이 대통령을 움직이는 데 우리가 있으면 거치적거린다는 거겠지. 이제는 그것도 늦어버린 거고.


문제의 측근들은 김기춘 비서실장과도 미묘한 긴장 관계라는 해석이 있다.

그게 웃기는 거다. 김기춘이면 그래도 당대 최고의 엘리트인데 그런 인물을 상대로… 창피한 일이다.


그나마 비서실장이 버텨서 비선 전횡이 이 정도라는 웃지 못할 설도 있더라.

그런 얘기가 꽤 있었다. 거기(김기춘 실장)마저 빼버리면 그야말로 와해라고(웃음).




▲ 2012년 비대위 당시 이상돈 교수(왼쪽 두 번째)는 김종인 전 장관 (맨 오른쪽)과

 ‘투 톱’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



‘선거를 앞둔 박근혜’와 ‘국정을 운영하는 박근혜’의 위기 대응이 전혀 다르다. 선거 때는 외연확장으로 돌파했다면, 집권 이후에는 안으로 웅크린다. 세월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박근혜 정부 신주류라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 아예 만들지를 않았다. 집권 후에는 적어도 100명은 되는 신주류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 하고, 옛날 코어(핵심)가 100% 그대로…. 원래 집권 후에는 덩치도 커지고 인력 풀도 커져서 신주류가 생기는 건데, 이건 완전히 상상을 벗어나는 거다. 수석들이 대통령과 자유롭게 대화가 안 되니까 수석 위에 비서관이 있고, 수석끼리 장관끼리 멤버십도 로열티(충성심)도 없고, 그냥 모래알이다.


이명박 정부는 가려는 방향에 찬반이 있었을지언정 뭘 하고 싶은지는 다들 알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게 안 보인다.

대선 때 약속들 다 깨버리고 대신한 게 없다. 색깔론 빼고 아무것도 안 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이기고 나서 ‘신뢰’를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나? 본인 입버릇이다시피 했는데 요즘 전혀 얘기 안 한다. 대선 공약이 줄줄이 파기되는 판이니….


이쯤 되면 대통령이 되어서 뭘 하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되는 게 목적이었지(웃음). 목적 달성하고 나니까 갑자기 아무것도… 목표 달성이 이미 끝난 거다(웃음).


그 부분이 근본적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집권해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목표가 있으면, 이런 위기에서 쇄신 움직임이 있을 텐데.

구상이 없으니까 아무나 장관·수석 임명하면 되는 걸로 알았다는 것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인터뷰 다음 날인 12월5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에 반기를 든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을 겨냥해 “왜 이런 분을 장관으로 임명해서 나랏일을 맡겼는지 기가 막힌다. 최소한 인간 됨됨이라도 검증해서 장관을 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와 뜻하는 바는 정반대지만 상황 인식이 묘하게 겹친다.)


당선이 목적이었다면, 역시 아버지 시대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박정희 시대가 장단점이 있고 긍정적인 것도 많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런 관점에서 걱정되는 게 뭐냐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이렇게 하면 아버지의 평가까지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 박지만씨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정권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 마음이 그런 게 있다. 이를테면 이인호 같은 사람을 KBS 이사장으로 쓴다고 해서 아버지를 돕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는 거다. 그걸 모르니 대책이 없다 (이인호 이사장은 대단히 보수적인 역사관을 거침없이 노출해 취임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심하게 얘기하면 부녀가 함께 묻힌다. 정권이 성공해야 자기도 아버지도 바로 서는 건데 전혀 엉뚱하게… 이러면 (보수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논란의 3인방을 정리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 같다. 정상적 정권이면 이미 진작에 물러났어야지.


공적 신뢰를 넘어서 인간적 애착 때문에?

그게 문제다. 공적 영역에서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잘라야지. 그런데 못하잖아. 해고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게 있으면 통치가 안 된다. 정부 기강이 안 살고, 사람들이 대통령을 뭘로 보겠나. 정권의 신뢰가 무너진다. 이번 위기는 대통령의 상식에 어긋나는 국정 운영이 초래한 거라고 본다. 상식적으로만 해도 이런 일은 안 생기지. 정윤회가 어쩌고 하는 것보다 그게 본질이다. 



- 시사IN  천관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