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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장 의사들도 메르스가 두렵다

irene777 2015. 6. 17. 23:41



현장 의사들도 메르스가 두렵다

메르스, 동네병원의 진료거부 사태가 가장 우려된다


진실의길  임두만 칼럼


- 2015년 6월 16일 -




메르스 사태는 이제 정점을 넘어서는 것 같다. 정부의 통제는 뚫렸으며 남은 것은 국민 개개인의 자기조심이 최대의 예방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현장의 한 내과의사가 현재의 사태에 대하여 매우 의미심장한 평가를 했다. 그가 지금 메르스와 싸우는 내과의사들을 2차대전 당시 오마하 전투에 동원된 미군에 비유한 것이다.




▲ 노르망디 상륙작전 자료 이미지   © 임두만



1.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재현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인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초반을 장식했던 오마하 해변 상륙전쟁은 한마디로 대 학살극이었다. 상륙전위대였던 어떤 중대는 500명 중 50명만 살아남을 정도였다. 왜? 당시 미군 지휘부에서 오마하 해변의 독일군의 방어를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1944년 6월 6일 새벽, 미국 영국 캐나다와 기타 연합국 소속 병력 총 16만 6천명이 바다와 하늘로부터 프랑스 땅에 상륙했다. 이 병력들을 5,000척의 각종 함선과 20만 명의 해군 및 해상 지원 병력이 지원했다. 이른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개시된 것이다.


당시 최대의 전투가 치러진 ‘오마하 해안’은 맨 처음 미군 1보병사단과 2보병사단이 상륙했다. 그런데 이들 정면에는 독일군 중 가장 강한 두 개의 사단 병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 연합군 정보 부서는 폭이 100 km나 되는 이 해안을 방어하는 독일군은 원래 독일 716사단 1개뿐으로 판단했었는데 2개의 사단이 방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면 미군은 여기서 초반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독일군은 이 해변의 상륙작전을 감지하고 상륙작전 개시 3개월 전 이 해변을 두 구역으로 양분, 강력한 두 개의 보병사단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여기에 요새화 공사까지 아주 정교하게 해두었다. 벙커와 기관총 진지, 그리고 박격포 진지들이 해안을 조밀하게 수를 놓았으며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요새들은 함포사격이나 항공 공격으로 파괴되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어 두었다.


더구나 미군들이 상륙한 동쪽 해변은 또 모래톱이 많이 노출되어 상륙정들의 직접 상륙이 힘들었다. 때문에 모래톱을 피해 많은 상륙정들이 미리 예정했던 해안의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밀려 나가서 적 요새 바로 앞에 상륙해야 했다. 그 바람에 상륙 후 교두보를 만들었어야 할 탱크와 보병 그리고 공병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오마하 해변에 상륙예정이었던 16량의 전차 중 제대로 상륙한 것은 단 두 량뿐일 정도였다.


디테일한 전쟁 이야기를 조금 더하면 이러하다. 해안 가까이 접안한 함선의 상륙 램프가 내려진 10분 뒤에 아이젠하워가 자랑하던 상륙부대는 지휘 통제력을 잃고 무력해져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었다. 상륙 선발대의 전 장교와 간부들이 모두 전사하거나 부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이어 상륙한 해안의 연합군은 해안을 확보했어도 진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해안확보 두 시간 만에 계속 해변으로 밀려드는 상륙부대에게 대기명령을 내려야 했다.


결국 오마하 해안 상륙 병력 중 무려 5,000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상륙 연합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 상륙 개시 수 시간 만에 발생한 피해자들이었다. 이 상황은 후세에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제대로 재현되었다.


2.

지금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면서 기자와 만난 한 내과의사는 정부의 메르스 방역 시스템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오마하 해변의 초기 전투에 비유했다.


그는 특히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의 입장을 '상부의 오판으로 잘못된 작전임을 알면서도 목숨을 담보로 부하들과 함께 해변을 뛰어야 하는 소대나 중대 지휘관'에 비유했다. 그런 사례를 직접 ‘능동격리 대상자’를 진료하면서 느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삼성병원에서 처방 받던 환자가 삼성병원 외래 폐쇄로 우리 병원에 와서 신경과 처방을 받으려고 했는데 전산 조회 상 격리자로 떠서 처방불가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그 환자가 약 처방을 못 받았다고 대기실에서 여기저기 전화하며 노발대발을 했습니다”


“왜죠?”


“의료 전산망에는 자가 격리 대상자로 뜨는데 환자 본인은 전혀 연락을 못 받은 거예요. 전산 상 격리 해제 날짜는 내일이지만, 격리자로 분류되면 약 처방 입력 시에 DUR이 떠서 처방 불가자가 되는군요”


“메르스 격리자가 돌아다니지 말아야 되는데 돌아다니며 이 병원 저 병원 진료를 받으니까 아예 약 처방이 안 되도록 막은 거로군요”


“그럴 겁니다. 어떻든 환자는 연락 받은 바 없다면서 항의하고 여기저기 전화하지만 병원으로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격리 대상자인데 본인이 몰라요?”


“자가 격리 대상자 중 말 그대로 격리를 당해서 보건소 등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등급이 있고, 능동감시자라 하여 조금은 자유로운 층도 있습니다. 즉 능동감시자는 환자와 밀접접촉자가 아닌 자로서 자가 격리 대상은 아니니까 하루에 두 번 방역당국에 증상 유무를 보고하면 됩니다. 이 환자가 그런 환자인데, 정작 환자는 자기가 능동감시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현재의 방역 시스템이 완전 붕괴된 거라고 보는 거지요”


“그래서 오마하 해변의 미군을 상상한다?”


“그렇습니다. 당시 상황을 오판한 지휘부에 의해 해변에 던져진 그들이 갈 곳이 어디입니까? 앞으로 나가다가 독일군 총에 맞아 죽든지, 아니면 뒤돌아서 바다로 들어가야 하는데 바다로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결국 독일군 총에 맞아도 할 수 없지만 안 맞을 확률도 있으니까 앞으로 나가야 하는....이게 당시 미군들 입장이었습니다.”


3.

감염이 두렵기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확진자로 나타난 사람들 중 의료진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대전 건양대 병원에서는 메르스로 죽어가는 환자의 심폐 소생술을 했던 의료진이 감염되어 자신이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삼성 서울병원 의료진 감염자 수는 밝혀진 수보다 많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 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그래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 동네병원의 외래환자 중 발열자가 있을 경우 잘못되어 의사 본인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는 위험은 언제나 상존한다. 이를 알면서도 진료를 해야 하는 처지를 두고 그 내과의사는 꼭 오마하 해변에 던져진 미군들 모습을 떠올린다고 말한 것이다.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재의 메르스 정국, 죽음을 알면서 사지로 부하를 밀어넣고 자신도 뒤따라야 하는 오마하의 미군들...이들의 심리는 같다. 메르스를 감시하고 잡아내며 치료해야 하는 일선 전투 장병인 의사들은 자신들이 사지에 던져진 자살특공대 쯤으로 생각한다. 인간인지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는 환자나 의사나 마찬가지인데 잘못된 명령에 의해 의사나 환자나 사지로 몰리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터뷰에 응한 의사는 대한민국 내과의사로서 메르스 최전방에서 의사로써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이 땅 거의 모든 의료진은 인터뷰에 응한 내과의사와 같으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상 문제는 언제나 지휘관들에게 있듯이 오늘의 이 혼란도 지휘부에 있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전쟁에 실패한 지휘관들은 패장으로서 용서받지 못한다. 전쟁의 실패는 거의가 현장 정보를 오판한 지휘관들의 오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초기 우리 군의 실력도 모르면서 개전 후 3일이면 북진통일을 외치던 신성모 국방부 장관 등이 수 백만 젊은이들을 전화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많은 병사가 투입되는 전쟁터일수록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병사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작전계획은 필수적이지만 전공에 눈이 멀면 그런 정밀한 작전계획도 없이 '무조건 전진' 같은 무리한 작전을 명령한다. 그리고 그 끝은 처참한 실패다.


따라서 병사들이 지도부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합리적 작전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는 실상 현장의 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정보가 맡바탕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 번의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지금 우리 정책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메르스와의 전쟁은 어떤가? 이미 초기의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휘부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그 오류와 실착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실착이 이어진다. 그 때문에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실상을 제대로 오픈하지 않는다. 이로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앞서 말했지만 일선에서 메르스와 싸우는 의사들이다.


이들이 안심하고 자기의 일을 해야 메르스도 잡히고 뒤숭숭한 여론도 잡힌다. 지금 당국이 할 일은 이들이 안심하고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처음은 바로 투명한 정보 공개다. 투명한 정보를 믿고 그 정보 안에서 의사들이 안심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감염자도 예비 감염자도 찾아내야 한다. 이제라도 당국의 제대로 된 일처리를 기대한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flower911&uid=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