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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희종 - 광우병 사태와 동일한 정부의 사드 전략

irene777 2016. 7. 23. 22:43



[기고]


광우병 사태와 동일한 정부의 사드 전략


- 경향신문  2016년 7월 21일 -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민중을 개·돼지로 본다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 이후 사회 기득권의 보수 입장을 대변하는 자유경제원의 토론회에서 어느 교수는 천민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귀족들이 ‘천하고 상스러운 떼의 논리’를 지닌 우중(愚衆)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동일한 논리로 또 다른 교수는 ‘87 민주화항쟁’으로부터 ‘광우병 촛불시위’까지도 폄하했다. 귀족 정신의 현 정권과 기득권층이 지닌 시각이다.


정권의 이런 인식과 연동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사드 배치 과정을 보면 계속 부정하던 사드 국내 배치는 급작스레 공표됐고, 설치 위치마저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논의 없이 결정됐다. 사드 배치의 실질적 문제는 해방 이후 남북 분단과 더불어 반세기가 넘도록 외국 군대가 수도 안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이 외국 군대가 추가 배치된다는 점과 미군의 해외 경찰력 증강을 위해 우리나라가 감내해야만 하는 국내외의 악영향, 민족 간 갈등의 고착화다.


일방적 사드 배치 결정이나 지역 선정에 항의하는 국민과 주민을 향해 정부는 여론을 통한 철저한 우민화 작업으로 대응한다. 사드는 일개 포병중대에 불과하다느니, 전자파 위해성이 어떠하다느니 하면서 사드 논란의 초점 자체를 국내 지역 갈등 형태로까지 몰아간다. 지역 주민들 반발에 대한 정부 대책 역시 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보내 달래는 것이었다. 장소 재논의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통지하는 것으로 이들의 방문 일정은 끝났다.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사육하는, 이들이 본인 소유의 개나 돼지에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분노하는 주민들이 총리에게 달걀을 투척하자, 정부는 전담 수사반을 편성하고 관련자 색출에 나섰다. 이 또한 저항하는 개·돼지를 길들이는 힘의 방식과 결코 다르지 않다.


보수 인사들이나 매체들도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을 향해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면서 거침없이 괴담에 선동된 어리석은 대중으로 호도한다. 이는 사드에 반대하는 이들을 ‘광우병 때처럼 선동된 집단’으로 표현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여론몰이로 대중을 선동하고 속인 측은 정부였다. 당시 국제기준을 무시하며 미국 입장만을 반영한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조건이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염병이 아니라든지, 5년 내로 사라지는 병이라든지, 한국 사람의 유전자형과 발병 위험성은 상관없다는 등 여러 근거 없는 내용으로 논란의 초점을 비켜가면서 마치 학계의 과학적 위해성 논란인 양 촛불시민을 기만했다.


현실에서는 2008년 한국의 개방 이후, 정부 주장과는 달리 광우병 촛불시위대가 주장한 30개월 이하로 멕시코, 대만, 일본, 홍콩 등이 수입을 마무리했다. 중국 본토와 호주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쪽이 어리석은 자들이고 거짓 선동한 자들인가는 분명하다. 그러나 사드 배치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을 천민으로 보는 귀족 정신의 정부는 국민 요구의 옳고 그름은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전략을 펴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을 거짓 선동한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가 보다 나아졌는가를 묻는 것은 이제 사치에 가깝다. ‘87 민주화항쟁’을 거쳐 21세기에 들어섰지만,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은 국민을 개나 돼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광우병 사태 때 정부의 본질 흐리기와 여론몰이에 의한 선동 전략이 통했기에 민중이 개·돼지요, 국민 천민론이 등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개·돼지와 다른 점은 반복해서 속지 않으며 귀족을 위한 지배자에게는 분노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못하면 진정 저들의 말처럼 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21211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