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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진우 - “감옥 간다면? 시대가 이런데 어쩔 수 없지”

irene777 2015. 1. 10. 01:45



“감옥 간다면? 시대가 이런데 어쩔 수 없지”


<인터뷰> 소송전문기자 시사인 주진우

16일 ‘박근혜 5촌살인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만나다


- 미디어오늘  2015년 1월 8일 -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중림로 시사주간지 시사인 편집국. 주진우 기자는 가끔씩 멍하게 허공을 응시했다. “지금도 절반은 감옥에 있는 거 같아.” 그는 16일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소송 2심판결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주 기자를 명예훼손‧선거법 위반 등의 이유로 형사 고소한 사건으로, 1심에선 무죄를 받았다. 기자생활 15년. 주진우 기자는 어림잡아 100여건의 민‧형사 소송을 경험했다. 지금까지 형사소송 승률은 100%. 하지만 이번 소송의 무게감은 전과 다르다.


“내가 아는 판사들도 무죄가 확실하다고 해. 나도 무죄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번엔 잘 모르겠어. 가까운 어른들에게는 작별 인사를 하고 있어. 예전에 우리 선배들도 죄가 있어서 감옥에 간 건 아니니까…. 시대가 이 정도밖에 안 되면, 비판적인 기자, 얄밉고 미운기자라고 찍어서 감옥에 보낸다면 어쩔 수 없지. 대법원에 상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야. 실형이 나오면 감옥에 가려고.” 감옥에 간다면 며칠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고 했다.


주진우는 소송전문기자다. 2000년부터 소송을 당했다. 처음엔 사이비 종교단체와 소송이 잦았다. 그러다 한나라당, 이회창 선대위, 방위사업청, BBK 검사 10명, SBS 사장, 나경원 선대위, 국가정보원, 새누리당, 박지만까지…점점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 그를 고소했다. 끝없는 소송이 그를 단련시켰다. 소송은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9년 2.51%였던 1심 형사재판 무죄율은 2012년 23.49%까지 증가했다. 권력이 기소권을 남용하며 시민이 위험에 처했다.




▲ 주진우 시사인 기자   ⓒ주진우

 


2012년 형사사건 접수 인원도 166만 9713명까지 증가했다. 대한민국 국민 30명 중 1명꼴로 고소를 당했다는 얘기다. 이런 연유로 그는 지난해 다음(Daum)에서 <당신, 소송의 주인공 될 수 있다>는 주제의 연재를 썼다. “피의자 신분이라면 바로 변호사에게 달려가라”, “검사나 수사관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 “법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증거다”, “재판은 내가 떳떳하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돈이 조금 있다면 1심에 다 써야 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법과 절차를 모르고 있어서 소송 경험을 책으로 썼다. <주기자 두 번째 이야기-나는 기자다 그래서 싸운다>가 1월 중 출간 예정이다.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끌려 다니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당하기만 한다. 나처럼 이렇게 많은 피고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없어서 변호사들이 책으로 내면 사회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 책으로 돈을 벌면 오른 전세 값에 충당할거라 했다. 2011년 그의 첫 번째 책 <주기자>는 20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기자라면 소송은 꼭 걸려 봐야한다”


기자에게 소송은 가장 괴로운 존재다. “민사소송은 가끔 사실을 적시해도 돈을 물어내라고 해. 지금까지 두세 번 민사는 지기도 했어. 그래도 나는 돈을 물어주고라도 써야 한다는 입장이야. 기자들이 소송에 걸릴 만 한 기사를 잘 안 써. 힘 있거나 돈 있거나 법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잘 안 써. 사회가 조금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그런 데다 삶을 바치겠다고 기자 생활 시작했잖아.” 그는 기자들에게 소송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소송에 걸리지 않는 방법보다 소송에 걸렸을 때 대범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 자기 계획대로 나가는 게 중요해. 법의 테두리를 넘어가지 않고 기사를 잘 써도 소송에 걸려. 시대가 그러니 소송이 왔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그렇게 잘 못하지만…. 영장실질심사 취재는 많이 해봤는데 직접 수갑을 차고 구치소에 들어가 보니까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거였어. 그런 것도 한번 겪어보는 게 기자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거 같아. 소송을 당하지 않아본 기자는 기자생활의 반도 안 해본 거라 생각해. 고난은 도움이 되거든.”




▲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3년 5월 14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그는 “사실을 보고 피하지 않는 것은 기자의 기본자세”라고 했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의 감시는 기자의 소명이고 나의 소명이야. 나는 초년기자 시절부터 소송 걸리는 기사만 쓰자고 생각했어. 그리고 운 좋게 큰 기사를 많이 썼어. 힘 있는 사람이 사회를 어지럽히면 그걸 외면하지 말아야지. 힘 있는 사람에게 법은 우스워. 이건희 사면할 때 법무부에서 국익을 운운했잖아. 우리는 이건희보다 수익의 많은 비율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 그가 매번 소송에 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잦은 소송으로 지쳐보였다. “서초동(법원)갔다 오면 그쪽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아. 굉장히 지치고 사람이 상해. 나 같은 경우는 소송으로 열 받아 있다가 또 다른 재판에 불려나가. 민사는 로펌에서 1%라도 이기려고 괴롭히면 100% 이기기가 쉽지 않아. 그럴 때 일수록 초연해져야 해. 스트레스? 다른 소송을 생각하며 견뎌. 뾰족한 방법은 없어.” 끝없이 밀려드는 소송에도 기사를 쓸 수 있는 힘이 궁금했다. “잘 모르겠어. 기사 쓰는 게 일이니까…기자니까 뭐든지 알려야지. 열정이나 신념은 별로 없는 거 같아.” 


기자도 형사고소를 두 번 당해봤다. 두 번 모두 불기소로 끝났다. 보통 기자들의 소송은 불기소되거나 기소되더라도 무죄가 나온다. 무죄가 나올 걸 알면서도 소송을 거는 거다. “소송이 기자를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야. 아는 놈, 힘 있는 놈, 돈 있는 놈은 그걸 하지. 대부분은 기각이 되지만 어떤 재판은 계속 끌려 다녀. 굉장히 어렵게 무죄를 받는 거야. 걔네들은 손실이 없지만 기자들은 손실이 커. 그 동안 기사를 제대로 못 쓰거든. 기자에 대한 소송 남용은 어느 정도 제동을 걸어야 돼. 이건 표현의 자유 문제야.” 소송 남용은 기자 개인을 넘어 언론 자유에 족쇄를 채운다.




▲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   ⓒ연합뉴스

 


‘0.005% 확률’을 이겨낸 주진우 “이번엔 잘 모르겠어”


조선‧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2013년 주진우 기자의 1심 무죄판결을 두고 비판적 보도를 쏟아냈다. 유죄가 나왔어야 하는데 무죄가 나왔고, 1심 국민참여재판이 “감성재판”이었다는 식의 궤변이었다. 보도와 발 맞춰 법무부는 그해 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내가 마이크를 잡았더니 배심원들이 다 넘어왔다고 하던데 내가 약을 탄 것도 아니고…나는 피리 부는 소년이 아니야. 나는 죄가 없어서 무죄가 나온 거야.”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쓴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2014)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5.7%다. 반면 미국의 배심재판 무죄율은 33%다. 한국에서 국민참여재판 비율은 전체 재판의 0.1% 수준. 전체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는 0.005%에 불과하다. 박홍규 교수는 “배심원의 양형의견이 직업법관의 양형보다 무거워 피고인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진우 기자는 0.005% 확률을 뚫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 기자에게 마술이 있거나 정말 죄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관련기사 ☞ ‘박근혜 5촌’ 박용수, 그는 살인자인가 피해자인가)


재판 당시 주진우 변호인단은 “배심원 선정에서 조금이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그런 분들이 내린 결론이 무죄였다”고 주장했다. 1심 무죄판결은 그만큼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소송의 실체를 보여준다. “나는 살인사건 수사가 미진해서 국과수 자료와 경찰 자료만 갖고 얘기했어. 소송이 말도 안 된다는 건 검찰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는 2심 판결을 섣불리 낙관하지 못한다. 당장 지난달에 정당이 해산됐다.




▲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법정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정부는 소송을 한다면서 안 했어. 이명박정부는 소송을 했어. 박근혜정부는 내 인신을 구속하려고 해. 언론계에 본보기로 보여주는 거야. 하물며 기자에게 이 정도인데….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있어. 법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독재자도 법을 앞세워 살인을 저질렀어. 나는 MB때도 BBK검사들과 형사소송에서 이겼어. 그런데 이 정부에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어. 그 전까지는 신변에 문제는 없었거든. 구치소에서 하루 있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어.” 그의 모습은 이 시대의 단면이다.


그는 지난 대선 전후로 14개의 소송에 걸렸고 그 중 9개에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9개의 소송이 남아있다. 기사를 쓰지 못하게 괴롭히니까 화가 난다고 했다. 억울하고, 때론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다른 언론인들이 종편에서 아무렇게나 말하고 거짓말해도 문제 삼지 않으면서 나에게는 사소한 자리에서 한 실수를 가지고 구속영장을 청구해. 분통이 터져. 그런데 애국하는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나가고 세월호 집회에 나갔다가 사법 처리되는 사람들도 있어.” 수상한 시대다.  


그는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주 기자의 질문 이후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지난 발언을 정정했다. 후보자에겐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주 기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미움을 샀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당연히 해야 할, 그 질문의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그는 “포토라인에 죄인처럼 서 있는 내 뉴스를 가족들과 봤다”며 “요즘 고난 덕분에 내가 철학적으로 굉장히 깊어졌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애국소년단’ 방송 수익 전액 기부…“나꼼수2는 필요 없는 게 좋다”




▲ 김제동 주진우의 '애국소년단'   ⓒ애국소년단

 


검찰로부터 3년 구형을 받고나서 ‘애국소년단’을 시작했다. 김어준과 ‘나는 꼼수다’를 다시 할 수도 있는데, 김제동과 ‘애국소년단’을 만든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렸다. 안 그래도 너 미워하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근데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다 돈 있는 사람 위주로 흘러가지, 이러면서 가만히 있다가 작년에 수백 명이 죽었어. 권력의 문제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 기자로서 부끄러웠다. 세월호 취재를 했지만 질문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했다.”


‘애국소년단’ 운영 방향은.

“매주 1회 업데이트인가 목표인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 얘기 말고 우리 사는 얘기를 하고 싶다. 김제동이 먼저 하자고 했다. 김제동은 말하는데 재주가 있다. 나는 남들보다 치열하게 팩트를 좇는 능력이 있다. 담백하게 우리 사는 얘기를 하고 싶다. 좌든 우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동이는 연애를 못한다. 요새 젊은이들이 연애를 잘 못한다. 결혼한 사람도 애를 잘 못 난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미안하고 무섭다. 그래서 TV속 세쌍둥이를 보며 대리만족한다. 이런 세상은 건강하지 않다. 급격히 사회는 늙어간다. 우리는 이런 일상의 얘기를 할 거다.”

 

수익은 어디에 쓰나. 

“좋은데다 쓸 거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 벌써 1억이 넘게 들어왔다. 원래는 그 돈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 많은 강사들이 와서 강연해준다. 그런 기회조차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돈을 너무 많이 보내줬다. 우리는 자유롭게 하고 싶다. (다음크라우드펀딩 금액은) 좋은데다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지금 기부할 곳을 찾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끝나기 전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이 다시 모여 팟캐스트를 할 것이란 예측 내지는 바람도 있던데. 할 건가.

“사실, 나꼼수가 인기를 얻은 건 언론인으로서 볼 때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많은 언론인이 동의할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인은 (나꼼수 열풍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방송이 나오지 않고 언론이 제자리로 가는 게 좋다. 나꼼수가 필요 없는 게 좋다.”





- 미이어오늘  정철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