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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를 하는 데 필요한 세 개의 큰 기둥

irene777 2015. 1. 15. 16:22



정치를 하는 데 필요한 세 개의 큰 기둥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수 없다면 참모들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먼저 행동해야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1월 14일 -






“…(중략)… 세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동안에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또 야당, 이런 데서 비리가 있나, 이권이 뭐가 있나 샅샅이 정말 오랜 기간 찾았지만 그런 게 하나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또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다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것을 저도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아무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를 도와서 일을 할 수 없겠죠. 그래서 그것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중략)…”


어제(12일)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일문일답 중 핵심 보좌진 3인방과 관련된 대목입니다. 생방송 뉴스를 지켜보던 저는 대통령의 워딩을 들으면서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저리 비상식적이고 최악의 표현을….


대한민국 헌정 60여 년 사상 집권 3년차에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파헤쳐 혐의를 입증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치권 스스로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되었고, 더 나아가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되어 온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검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비서관들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것은 본인이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유아적 발상입니다.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대통령이 합리성과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위험신호입니다.


제가 만일 핵심 보좌진 3인방 중 한 명이었다면 아마도 어젯밤 통음을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무한신뢰를 보낸 만큼 앞으로 자신에게 각종 이권, 청탁, 민원이 줄을 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과거 권력자의 핵심측근이 그러했듯이 검찰조사와 구속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더욱이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으니 “사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대통령님이 신뢰하시는 분은 따로 있습니다”라며 화살을 피해갈 방법도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죠. 그런데 이들 중 누구도 어제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통음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두 번째 위험신호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는 데에 있어서는 세 개의 큰 기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정치인을 오랫동안 곁에서 모셔온 참모들이고, 또 하나는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에 맞춰 새롭게 수혈하는 테크노크라트 그룹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깥에 있는 자문 그룹입니다. 이 세 개의 기둥이 유효적절하게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룰 때에 비로소 정치는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 스스로가 권력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하고, 해당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특정 그룹이 독주하지 않고 각각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각별히 처신에 조심을 해야 합니다.


저는 참모의 위치에 있던 적도 있고, 테크노크라트였던 적도 있고, 자문그룹에 속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었을 때가 바로 참모의 위치에 있었을 때입니다. 정치인이 핵심참모인 저를 신뢰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처신을 잘해야 된다는 압박을 갖고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처음으로 부름을 받은 테크노크라트 집단은 빠른 시간 내에 누가 실세인지 동물적 감각으로 파악하여 접근해옵니다. 그러면서 실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뜻을 관철하려고 하죠.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그들의 뜻을 100% 반영하면 그야말로 포섭되고 이용당하는 것이고, 매몰차게 거절하면 소통을 가로막고 호가호위한다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바로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견제와 균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홍보에 대해서는 내가 전달할 수 있지만, 일정이나 의전과 관련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당 책임자와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감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여기에 외부 자문그룹까지 함께 섞어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지요. 나쁘게 보자면 서로 핑퐁을 치는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은 각각의 그룹을 보호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데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서 말한 세 기둥 중 어느 하나가 독주하는 순간 나머지 두 개는 무력화되고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피해는 해당 정치인이 온전히 입게 됩니다.


어제(12일) 대통령의 발언으로 비서실(참모), 내각(테크노크라트), 여당(참모그룹)의 세 기둥 중 비서실의 독주는 움직일 수 없는 팩트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내각과 여당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었죠. 대통령이 일방적인 무한신뢰를 보내는데 어떻게 장관과 여당 지도부가 해당 비서관들과 언성을 높여가며 싸울 수 있겠습니까? “이건 대통령의 의중이다”이 말 한마디면 끝나는 것이죠. 세 번째 위험신호입니다.


결론적으로, 어제 대통령의 발언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을 찾는 작업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저토록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핵심 보좌진 3인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물을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들이 ‘사심이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대통령이 이들 3인방이 반대하는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3인방이 ‘오케이’하는 사람은 이들에게 영이 안 서는 들러리 인물이 될 것이고, 3인방이 ‘노’하는 사람은 임명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 정말 어렵지요.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대통령을 독점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보좌진 3인방이 아무리 슈퍼맨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복잡한 대한민국을 온전히 이들만의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서실 내의 다른 수석과 비서관들, 내각의 총리와 장차관들, 여당의 대표와 지도부, 외부 자문그룹에게 빈 자리를 내줘야만 비로소 이들이 대통령을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15년 이상 정치를 몸에 익히면서 이 같은 생리를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대통령의 관심과 신뢰를 독점하려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심이고 그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의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수 없다면 참모들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먼저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대통령, 불행한 참모들, 그리고 불행한 국민들로 이어지는 불행의 악순환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진정 맞는 지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핵심 보좌진 3인방이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을 향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595&table=byple_news>